이메일 수사, 압수 수색? 통신 감청?

최근 지난번 교육감 선거 때 주경복 후보와 관련한 일로, 이메일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루어진 일이 있었습니다. 이미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니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2009-04-24] – 한겨레 – 검찰, ‘주경복 이메일’ 7년치 통째 뒤져

여러 언론 보도를 통해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검찰과 법원은 송·수신이 종료된 이메일 데이터를 “물건”으로 취급하여, 형사소송법 제10장(압수와 수색)을 적용, 압수·수색·검증 영장을 청구·발부 및 집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메일 데이터는 제107조(우체물의 압수)를 적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물론 압수·수색·검증 영장에 적용 법조항을 써두진 않습니다).

제107조 (우체물의 압수) ①법원은 피고인이 발송한 것이나 피고인에게 대하여 발송된 우체물 또는 전신에 관한 것으로서 체신관서 기타가 소지 또는 보관하는 물건의 제출을 명하거나 압수를 할 수 있다.
②전항 이외의 우체물 또는 전신에 관한 것으로서 체신관서 기타가 소지 또는 보관하는 물건은 피고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하여 그 제출을 명하거나 압수를 할 수 있다.
③전2항의 처분을 할 때에는 발신인이나 수신인에게 그 취지를 통지하여야 한다. 단, 심리에 방해될 염려가 있는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이메일을 압수하는 경우, 특히 메일 서비스 업체에 있는 대상자 이메일을 압수·수색하는 경우, 수사기관이 직접 압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셔도 됩니다. 물론, 압수·수색영장의 위력은 상당히 강력하기 때문에 수사기관이 서버를 떼서 들고 가더라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 서버를 압수·수색 대상자 혼자 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서버를 떼서 들고 갈 수는 없습니다. 연관성없는 타인, 즉 다른 사용자들의 비밀이 침해될 우려가 있고(형사소송법 제116조), 서버의 소유주는 압수·수색 대상자가 아닌 서비스 업체로써, 형사소송법 제133조제2항에 의해 압수·수색의 집행기관 또는 법원은 서비스 업체가 계속 사용해야할 물건을 신속히 가환부해야합니다. 서비스를 하려면 그 서버가 필요한거죠. 그러나 한 사람의 이메일을 압수·수색하기 위해 서버를 떼어서 데이터를 뽑아내고, 다시 반납하는 절차가 번거로울 뿐더러, 타 데이터의 손·망실 위험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압수·수색의 집행기관은 이메일을 “제출”받습니다.

여기서 한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압수·수색·검증 영장은 보통 해당 기간을 특정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2008년 1월부터 12월까지의 데이터가 필요하면, 영장에 압수 기간을 특정하게 되며, 영장을 청구한 수사기관이 지나치게 긴 기간을 청구하거나, 사법 처리에 필요하지 않은 기간까지 청구하게 되면 법원은 영장 발부시 기간을 줄이거나 제한할 수 있습니다. 사법권의 지나친 남용을 견제하기 위한 보호 장치입니다. 그렇게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되면, 검찰 또는 검찰의 수사 지휘를 받고 있는 경찰은 서비스 업체에 영장을 전송하여 이메일 데이터의 제출을 요구합니다.

자, 서비스 업체에서는 영장을 받았습니다. 제출하기 위해 메일 서버에 접근합니다. 그런데 메일은 2001년부터 2009년까지 쌓여있는데, 영장에는 2008년 1월부터 12월 사이 기간이 특정되어있습니다. 쌓여있는 메일의 기간을 정확하게 뽑으려면, 메일을 다 까봐야합니다. 그렇다면 업체는 영장에 충실하게 기간을 맞추기 위해 메일을 다 까봐야할까요, 아니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제 아무리 서비스 운영업체의 운영자, 수사업무 담당자라 하더라도 메일을 까보는 건 매우 위험합니다. 왜? 업체의 직원은 데이터 제출 업무에 “협조”할 뿐이지, 수사를 직접 진행하는 사법경찰관이 아닙니다. 즉, 사법경찰권을 실행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아니합니다. 이는 곧 사법경찰권을 보호하는 각종 장치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것을 뜻하며, 통신비밀보호법의 예외 조항에 의해서도 법적 지위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합니다.

“메일 하나하나마다 다 날짜와 제목, 보낸이를 적으면 될 것이 아니냐”라고 하실 수도 있겠지만, ①날짜와 제목, 보낸이만 조합하더라도 통신제한조치에 준하여 규율되는 통신사실확인자료에 해당하며, ②제목이 어떤 문자가 들어갈지 모르는데 제목을 다 적을 수도 없고, ③무엇보다 메일 한개마다 파일 한개로 작성하게 되면 서버의 효율성은 극적으로 저하됩니다. 그런 단점을 감수할만큼 압수·수색이 엄청나게 쏟아지는 것도 아닙니다(뭐 업체마다 다르겠습니다만).

[2007/09/11] – [IT/메일] – 신정아씨의 메일이 정말 복구된 것일까요? (③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결국 업체의 선택은 압수수색 회신일 기준 남아있는 메일 전체를 주는 것으로 좁혀집니다. 위 한겨레 기사의 링크에 나와있는 한 인터넷 포털업체의 사실조회서 답변서는 그런 맥락에서 나오는 겁니다.

전자우편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 인터넷 포털업체는 지난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낸 ‘사실조회서’에서 “(검찰의 요청에 따라) 자료를 뽑은 날 기준으로 서버에 보관중인 모든 전자우편을 빠짐없이 검찰에 보냈다”고 밝혔다.

앞서 말한 것들을 다 배제하고 딱 저 기사만 보면 보낸 업체가 죽일 놈이겠습니다만, 왜 그랬느냐 라고 물어보는 언론 보도는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포털 업체들이 “아놔 실상은 이렇다구요”라고 보도 자료를 내겠습니까, 뭘 어째 보겠습니까. 그냥 욕 먹고 마는 거지요. 나름대로 회원의 메일 박스를 다 까본다는 의심 안 받으려고 데이터를 추리지도 않는데. 솔직히 까놓고 말해 과다 제출이 문제될 것은 없습니다. 형사소송법상 자료를 과다 제출한다고 제출자가 처벌받는 것도 아니고, 사법경찰권을 보호하는 장치가 적용되는 사법경찰관들이 데이터 추리는게 맞겠죠.

뭐, 여튼 이메일 데이터의 압수·수색은 대략 위의 내용대로 진행된다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송·수신이 종료된 이메일 데이터는 물건으로 봐서 압수·수색을 해야할까요, 아니면 통신으로 봐서 감청(통신비밀보호법에 의해 규율되며, 압수·수색보다 훨씬 절차가 복잡하고 엄격한)을 해야할까요.

통신비밀보호법에서 통신은 아래와 같이 규정되어있습니다.

제2조 (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개정 2001.12.29, 2004.1.29, 2005.1.27>
1. “통신”이라 함은 우편물 및 전기통신을 말한다.
3. “전기통신”이라 함은 전화·전자우편·회원제정보서비스·모사전송·무선호출 등과 같이 유선·무선·광선 및 기타의 전자적 방식에 의하여 모든 종류의 음향·문언·부호 또는 영상을 송신하거나 수신하는 것을 말한다.
7. “감청”이라 함은 전기통신에 대하여 당사자의 동의없이 전자장치·기계장치등을 사용하여 통신의 음향·문언·부호·영상을 청취·공독하여 그 내용을 지득 또는 채록하거나 전기통신의 송·수신을 방해하는 것을 말한다.
9. “전자우편”이라 함은 컴퓨터 통신망을 통해서 메시지를 전송하는 것 또는 전송된 메시지를 말한다.

여기서 묘한 규정이 하나 있습니다.

9. “전자우편”이라 함은 컴퓨터 통신망을 통해서 메시지를 전송하는 것 또는 전송된 메시지를 말한다.

위의 정의에 따르면 전자우편은 메시지를 전송하는 행위를 뜻하기도 하지만, 전송된, 즉 전송이 완료된 메시지 그 자체를 뜻하기도 합니다. 통신비밀보호법상, 전자우편은 “감청” 대상입니다. 형사소송법 등 타 법에 “물건”으로 본다는 규정도 없으므로, 전자우편의 정의를 규정하고, 전자우편에 대한 사법권을 어떻게 행사하느냐를 규정한 현행 법령은 “통신비밀보호법” 밖에 없습니다. 이 상황에서 검찰이나 법원이 전자우편을 “물건”으로 보는 것은, 뭐 율사들이 어련히 잘 아시겠냐만은, 논리적으로 타당성이 높지 않습니다. 이를 무시하고 무작정 형사소송법을 적용하여 압수·수색을 집행하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의 제정 취지에도 맞지 않습니다. 그야말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논리적으로 타당성이 높지도 않은 법률의 적용이 나타나는 겁니다.

통신비밀보호법 제1조 (목적) 이 법은 통신 및 대화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제한은 그 대상을 한정하고 엄격한 법적 절차를 거치도록 함으로써 통신비밀을 보호하고 통신의 자유를 신장함을 목적으로 한다.

지금까지 압수·수색으로 들어오던 것들이 통신제한(감청)으로 들어온다면 담당자는 훨씬 귀찮아집니다. 작성해야 하는 서류도 많아지고, 문제가 발생해서 법적 책임을 부담해야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최소 3년 이하의 징역형입니다. 부담이 엄청 심해집니다. 그러나, 진정으로 정부에서 통신 비밀을, 개인 정보를 보호해야한다고 생각한다면 말로만 떠들고, 서비스 업체만 조질 것이 아니라(공공 기관의 개인 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의 처벌 규정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처벌 규정의 양(量)과 질(質)을 비교해보시길), 사법기관의 지나친 사법권 남용에 대한 견제가 우선시되어야합니다. 때문에, 이메일에 대한 압수·수색은 이제부터라도 형사소송법에서 벗어나, 통신비밀보호법의 규율을 받는 감청으로 집행되어야합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이 나라는 대체 왜 개인 통신 비밀의 보호보다 수사기관의 수사 편의성이 우선시되는지,
가축 동물 이상의 지능을 가지고 있는 그 누구라 하더라도 의문을 품어볼 필요가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왜 대체 사법기관의 압수·수색 영장에 제출 협조했다는 이유만으로 서비스 제공 업체가 엑소더스를 겪어야합니까. ⓣ

4 댓글

    1. 저도 상당 부분 정리하고 있는 중…

      이거 가카 씹었다가 메일함 통째로 압수수색 당할 수 있으니..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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