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컴오피스 뷰어, 패기(霸氣) 있거나, 패기(敗氣) 있거나.

2011년 12월 2일,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은 아래 공지를 통해 한컴오피스 뷰어에 대한 사용권 변경을 알렸습니다. 사용권 계약의 중요 변경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공지가 현재까지 한컴 홈페이지 탑에 게시되지 않았다는 건 일단 후술하도록 하지요.

[2011-12-02] 한컴 공지사항 – [공지] 한컴오피스 뷰어 2010 SE 사용권 변경의 안내
[2011-12-28] ZDNet Korea – 새해부터 HWP 보려면 한컴 허락 받아야

 

한컴오피스 뷰어 사용권은 어떻게 변경되었나

해당 공지에서 얘기하는 사용권 계약 변경의 주된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변경 전 :
한글과컴퓨터 오피스 뷰어 2010 SE는 누구나 자유롭게 다운로드 받아 사용할 수 있지만,
아래와 같이 사용 상 오인의 소지가 있거나, 금전적인 이득을 취하고자 하는 목적으로는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1) 한글과컴퓨터 오피스 뷰어 2010 SE를 다른 소프트웨어와 함께 배포하고자 할 경우
2) 한글과컴퓨터 오피스 뷰어 2010 SE를 다른 소프트웨어의 구성요소로 포함하고자 할 경우
3) 한글과컴퓨터 오피스 뷰어 2010 SE를 판매 목적의 하드웨어에 설치하고자 할 경우
4) 한글과컴퓨터 오피스 뷰어 2010 SE의 전부 또는 일부를 판매하여 금전적인 이득을 취하고자 할 경우

변경 후:
한글과컴퓨터 오피스 뷰어 2010 SE는 (주)한글과컴퓨터의 허락 없이 재배포하거나 유통할 수 없으며, 한글과컴퓨터 오피스 뷰어 2010 SE의 차기 버전의 공개 이전까지 사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한글과컴퓨터 오피스 뷰어 2010 SE는 개인적인 목적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다운로드 받아 사용할 수 있으나, 기업이나 단체에서 한글과컴퓨터 오피스 뷰어 2010 SE를 사용하고자 할 경우에는 위에서 언급한 ‘재배포’ 행위에 해당하므로, ㈜한글과컴퓨터의 서면 상 승인을 받으신 후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정확하게 기억이 안나긴 하지만, 어째 변경 후 들어간 “한글과컴퓨터 오피스 뷰어 2010 SE는 (주)한글과컴퓨터의 허락 없이 재배포하거나 유통할 수 없으며, 한글과컴퓨터 오피스 뷰어 2010 SE의 차기 버전의 공개 이전까지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문장은 예전 한컴오피스 뷰어에 있었던 문구 같은데 재활용한 것인지 싶네요. 다만 지금은 이 부분이 문제가 아니지요.

현재 문제는 그 아랫 문장.

따라서, 한글과컴퓨터 오피스 뷰어 2010 SE는 개인적인 목적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다운로드 받아 사용할 수 있으나, 기업이나 단체에서 한글과컴퓨터 오피스 뷰어 2010 SE를 사용하고자 할 경우에는 위에서 언급한 ‘재배포’ 행위에 해당하므로, ㈜한글과컴퓨터의 서면 상 승인을 받으신 후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기업이나 단체가 한컴오피스 뷰어 2010 SE를 사용하는 것만으로 “재배포 행위에 해당한다”고 한컴은 밝히고 있는데, 사용하는 행위가 재배포(redistribution)에 해당한다? 두산백과의 재배포 항목을 링크합니다. 전재는 못하게 되어있으니 링크만 걸었고, 일단 보고 오세요. 재배포라는 단어 정의 내에 “사용하는 행위도 재배포에 해당”이라는 얘기가 과연 있던가요? 다운로드 한 후 별도의 영역에 설치 파일을 업로드하여 이거 받아서 쓰세요. 라고 공지를 때리면 재배포가 성립합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가능성 문제지, 100% 일어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더군다나, 재배포 행위가 일어나지도 않았는데 재배포하는 것에 해당하니 기업이나 단체(개인과 공공 기관은 해당 항목 적용 배제)는 단순히 사용하기 위해서, 자산 관리쪽에서 설치 파일을 배포하지도 않고 단순히 사내 공지에 링크만 걸었을 뿐이라 하더라도 해당 기업이나 단체는 한컴에 사용 허가를 받아야합니다. 그것도 한컴오피스 뷰어의 새버전이 출시될 때마다.

그러면 재배포사용 허가를 받으려면 제출해야하는 사용 승인 신청서에는 무슨 항목을 기입해야할까요.

한컴오피스 뷰어 2010 SE 사용승인 신청서 (씽크프리 오피스 웹뷰어로 바로 볼 수 있습니다) 파일 삭제했네요.

단체명부터 연락처까지는 기업이나 단체의 기초 정보이니 그렇다 치겠지만, 그 아래 항목들.

PC 보유 대수, 한컴오피스/한글 보유 수량, 뷰어 사용목적/용도, 뷰어 사용대상/사용수량, 뷰어의 재배포 형태

특정 단체의 전체 전산 자산이 노출되진 않겠지만 적어도 한컴오피스로 생산한 문서를 봐야할 필요성이 있는 수량은 파악할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저 정보를 어떻게 쓰겠다는 용도 제한에 대한 내용은 단 한줄, 단 한글자도 없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숫자들은 한컴에서 법인 영업에 충분히 활용할 수 있습니다(재배포 가능성을 재배포 확실로 간주하는 한컴이니 제 추정이 이렇다고 뭐라 하지 마세요. 아님 말고요).

한컴의 해명은 “일부 사용자들이 기타 경로를 통해 재배포함으로써 악성 코드나 바이러스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이 우려돼 피해를 사전에 막고자”함이라고 합니다. 아하, 그래서 기업 단체가 희생양이 되어야하는군요. 그런데 그 희생양이 기업 정보를 제공해야하는 건 대체 어떻게 설명하실 것인지.

더더욱 골때리는 건, 제대로 공지도 안된 상태에서 “해당 제품에 대한 사용권은 2012년 1월 1일부터 시행이 되며, 시행일 이전 사용자들도 시행일 이후 사용을 할 경우 변경이 된 사용권에 동의함으로 간주가 됩니다”라고 합니다. 패기돋습니다.

 

그렇다면 경쟁업체는

그렇다면 경쟁 업체(?)라고 할 수 있는 MS의 오피스 뷰어(Word 뷰어, Excel 뷰어 등 제품별로 분할되어있습니다)는 배포나 사용권에 관해 어떻게 기술하고 있을까요. MS Word Viewer 설치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사용권 계약서 내용을 일부 발췌합니다.

1. 설치 및 사용 권한
    b. 배포. 귀하는 다음과 같은 경우에 한해 소프트웨어를 복사 및 배포할 수 있습니다.
       – 각 사본은 본 계약을 포함하고 수정되지 않은 완전한 사본이어야 하며 각 사용자는 본 계약에 동의해야 합니다.
       – 귀하의 소프트웨어 배포와 관련된 모든 청구(변호사 비용 포함)로부터 Microsoft와 그 계열사 및 공급자를 면책하고 해를 입히지 않으며 방어해야 합니다.
      다음과 같은 행위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 기능을 향상시키는 데 본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는 Microsoft 소프트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와 함께 본 소프트웨어를 배포하는 행위
       – 소프트웨어의 저작권, 상표 또는 특허 표시를 변경하는 행위
       – 귀하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기 위해 Microsoft나 그 계열사 또는 공급자의 이름, 로고 또는 상표를 사용하는 행위
       – 소프트웨어를 악의적이고 기만적이거나 불법적인 프로그램과 함께 배포하는 행위
       – 소프트웨어의 일부분이 예외적 사용권에 적용되도록 소프트웨어를 수정하거나 배포하는 행위 예외적 사용권이란 사용, 수정 또는 배포를 위해 다음과 같은 조건을 필요로 하는 사용권입니다.
       – 코드를 소스 코드 형태로 공개하거나 배포합니다.
       – 다른 사람이 배포 가능 코드를 수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습니다.

2. 사용권의 범위. 본 소프트웨어는 판매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사용이 허여되는 것입니다. 본 계약은 귀하에게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합니다. 기타 모든 권한은 Microsoft가 보유합니다. 이러한 제한과 관계없이 해당 법규가 귀하에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 한, 귀하는 본 계약서에서 명시적으로 허용되는 조건에 한해서만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는 경우 귀하는 특정 방식으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소프트웨어의 모든 기술적 제한 사항을 준수해야 합니다. 다음과 같은 행위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 소프트웨어의 기술적 제한 사항을 위반하는 행위
       – 해당 법규에서 명시적으로 허용하는 경우를 제외한 소프트웨어의 리버스 엔지니어링, 디컴파일 또는 디스어셈블 작업
       – 이러한 제한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 계약서에서 명시된 것보다 또는 해당 법규에서 허용하는 것보다 더 많은 수의 소프트웨어 복사본을 만드는 행위
       – 다른 사람이 소프트웨어를 복사할 수 있도록 게시하는 행위
       – 소프트웨어의 임대, 대여 또는 대부
       – 상업용 소프트웨어 호스팅 서비스에 본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행위

한컴과 달리 배포 항목이 별도 분리되어있으며, 배포 행위도 금지 조건 몇가지를 준수하면 허용됩니다. 우습게도, 한컴이 “일부 사용자들이 기타 경로를 통해 재배포함으로써 악성 코드나 바이러스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이 우려돼 피해를 사전에 막고자” 사용 승인 신청을 따로 받는 행위는 MS도 금지 행위로 지정하였는데, 그 뿐입니다. 배포 행위 자체는 비교적 자유롭게 허용하되, “금지 항목을 어기거나 전제 조건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법원에서 즐거운 미팅을 해야할 것이야”라고 즐겁게 협박(MS가 빡쳐서 맘 먹고 덤비면 협박 정도로 끝나진 않죠 물론)하는 레벨입니다.

과연 MS가 일부 사용자의 재배포 행위 중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한컴처럼 소중히 다루질 않아 저렇게 하는 걸까요? 물론 상업적 목적이 있지만, 재배포 행위에 대한 접근을 블랙리스트 형태로 하느냐 화이트리스트 형태로 하느냐에 대한 근본적인 차이에서 기인한다 볼 수 있습니다. MS는 “다 OK이지만 위반 걸리면 너님 기둥뿌리는 내 이쑤시개로 쓸테니 조심할 것”라는 블랙리스트 형태의 접근, 한컴은 “다 아웃이고 쓰고 싶으면 당신 회사의 전산 자산 정보 바친 뒤 허락 받고 쓸 것”라는 화이트리스트 형태의 접근. 문화의 차이, 관점의 차이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둘 중 어느 것이 우월하고 합리적이다라는 평가를 내릴 수는 없지만, 근본적으로 자사의 문서 포맷을 최소한 볼 수 있게 하는 서비스의 레벨 차이는 극명하다 볼 수 있습니다.

 

사용자에게 불리한 계약

소프트웨어 사용권 계약은 사용자와 제작사(혹은 유통사)간 특정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때 따라붙는, 사용자와 제작사 각자의 책임과 권리를 규정한 일종의 계약서로써, 웹사이트 가입 약관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합니다. 즉, 동의 안하면 못 쓰는 것이지요(읽어보지도 않고 동의하시는 분들이 많긴 하지만 법적 효력이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합니다).

계약이라는 측면에서 민법을 참고할 수도 있겠지만 1:N이라는 계약의 형태를 감안할 때 특별법인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을 우선하여 적용할 수 있다 판단됩니다. 소프트웨어 사용권 계약은 1:N이고, 일정한 형식으로 미리 마련된 계약이니 약관법의 규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법률 제10474호)
제2조(정의) 1. “약관”이란 그 명칭이나 형태 또는 범위에 상관없이 계약의 한쪽 당사자가 여러 명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일정한 형식으로 미리 마련한 계약의 내용을 말한다.

법 전공이 아니기 때문에 명확한 적용 조항을 제시하기는 어렵겠습니다만, 상식적 차원에서 적용 가능성이 있는 조항을 몇가지 나열하자면…

제6조(일반원칙) ② 약관의 내용 중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내용을 정하고 있는 조항은 공정성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1.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

고객 전체에게 부당하게 불리하진 않겠지만, 고객 중 기업 및 단체는 “일부 사용자들이 기타 경로를 통해 재배포함으로써 악성 코드나 바이러스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이 우려돼 피해를 사전에 막고자” 하는 이유로 개인 및 공공기관이 제출하지 않는 각종 전산 자산 정보와 대표자의 직인이 날인된 공문을 한컴에 제출해야합니다. 정당하지도, 고객에게 유리하지도 않은 강요 행위로, 심지어 제출한다 해서 100% 승인된다는 보장도 없는,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제12조(의사표시의 의제) 의사표시에 관하여 정하고 있는 약관의 내용 중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내용을 정하고 있는 조항은 무효로 한다.
1. 일정한 작위(作爲) 또는 부작위(不作爲)가 있을 경우 고객의 의사표시가 표명되거나 표명되지 아니한 것으로 보는 조항. 다만, 고객에게 상당한 기한 내에 의사표시를 하지 아니하면 의사표시가 표명되거나 표명되지 아니한 것으로 본다는 뜻을 명확하게 따로 고지한 경우이거나 부득이한 사유로 그러한 고지를 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3. 고객의 이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업자의 의사표시가 상당한 이유 없이 고객에게 도달된 것으로 보는 조항

이게 뭔 얘기냐 하면, 사용자가 동의한다 안한다라는 명확한 의사 표시가 아닌 어떤 행위(객관적으로 그 내용에 동의한다는 의사 표시로 간주할 수 없는)를 했거나 하지 않았을 경우 동의한 것 또는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 금지된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웹사이트 서비스 이용 약관이 변경되었는데, 해당 약관을 명확히 적시하고 동의한다/동의하지 않는다라는 다이얼로그에 의사 표시를 하게 한다면 괜찮은데, 그와 상관없이 “회원정보를 변경하면 해당 약관에 동의하는 것으로 간주한다/메일 환경설정을 변경하면 해당 약관에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한다” 이렇게 하지 말라는 얘기입니다. 예외를 인정하는 것은 “개정 후 ○○일 이내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는 경우 동의한 것으로 간주합니다”라는 내용을 명확하게 전달했거나, 부득불한 사정으로 전달하지 못한 경우만 해당. 이건 이번 일하고 크게 관계가 있는 조항은 아니지만,

3항의 경우 이번 일에 해당한다 볼 수 있습니다. 2012년 1월 1일 이후 사용 승인을 받지 않고 기업 및 단체가 한컴오피스 뷰어를 사용하는 경우, 사용권 계약 위반=저작권 침해(사용권을 허여하더라도 프로그램 저작권은 제작사가 보유합니다)이 되어 저작권법 제125조(손해배상의 청구), 제136조(벌칙)에 의해 민형사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곧, 고객의 이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인데도 불구하고, 전술했듯 해당 공지는 한컴 웹사이트 공지사항 게시판에 작게 쳐박혀있을 뿐, 뷰어 내 공지 기능이나 한컴 웹사이트 탑페이지에 게시되지 않는 등, 한컴오피스 뷰어 사용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었다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한컴은 2012년 1월 1일 이후 사용하면 그 내용이 도달된 것으로 간주한다고 얘기하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약관법에서는 아래 절차가 마련되어있습니다.

제17조(불공정약관조항의 사용금지) 사업자는 제6조부터 제14조까지의 규정에 해당하는 불공정한 약관 조항(이하 “불공정약관조항”이라 한다)을 계약의 내용으로 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17조의2(시정 조치) ①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업자가 제17조를 위반한 경우에는 사업자에게 해당 불공정약관조항의 삭제·수정 등 시정에 필요한 조치를 권고할 수 있다.
② 공정거래위원회는 제17조를 위반한 사업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사업자에게 해당 불공정약관조항의 삭제·수정 등 약관을 시정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다.
1. 사업자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조제7호의 시장지배적사업자인 경우
2. 사업자가 자기의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3. 사업자가 일반 공중에게 물품·용역을 공급하는 계약으로서 계약 체결의 긴급성·신속성으로 인하여 고객이 계약을 체결할 때에 약관 조항의 내용을 변경하기 곤란한 경우
4. 사업자의 계약 당사자로서의 지위가 현저하게 우월하거나 고객이 다른 사업자를 선택할 범위가 제한되어 있어 약관을 계약의 내용으로 하는 것이 사실상 강제되는 경우
5. 계약의 성질상 또는 목적상 계약의 취소·해제 또는 해지가 불가능하거나 계약을 취소·해제 또는 해지하면 고객에게 현저한 재산상의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
6. 사업자가 제1항에 따른 권고를 정당한 사유 없이 따르지 아니하여 여러 고객에게 피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현저한 경우
③ 공정거래위원회는 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시정권고 또는 시정명령을 할 때 필요하면 해당 사업자와 같은 종류의 사업을 하는 다른 사업자에게 같은 내용의 불공정약관조항을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할 수 있다.

6조 또는 12조 위반이 확인되면, 제17조에 의해 사업자는 해당 조항을 내용에 포함시킬 수 없습니다. 이를 위반하는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가 사업자 실태 조사 후 제17조의2 제1항에 의거 약관 변경을 권고할 수 있고, 사업자 중에서도 특히 제2항에 열거된 사업자에 대해서는 시정 조치라는 행정 처분을 내릴 수 있습니다(권고와 행정 처분은 성격이 다릅니다). 제2항에 열거된 사업자 형태 중 한컴은 제2목 “자기의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제4목 “사업자의 계약 당사자로서의 지위가 현저하게 우월하거나 고객이 다른 사업자를 선택할 범위가 제한되어 있어 약관을 계약의 내용으로 하는 것이 사실상 강제되는 경우” 정도 해당 한다 볼 수 있는데, 특히 제4목은 HWP 라는 파일 포맷이 공공 기관에서 차지하는 지위 때문에 적용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공공 기관과 거래 혹은 공문 등 기타 서류를 주고 받아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HWP 파일 포맷으로 되어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기업 및 단체의 한컴오피스 뷰어에 대한 필요성은 바로 공공 기관과의 이런 관계 때문에 발생한다 봐도 무방합니다. 분명 문서 배포 포맷으로 HWP 외에도 PDF, ODF 등이 복수로 지정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은 HWP 포맷으로 문서가 날아오곤 하지요.

조달청을 통해 공공 기관으로 들어가는 한글은 2007이 가장 낮은 버전이고, 그나마 한컴오피스는 모두 2010입니다. 97 이전 한컴 제품은 MS 워드 등을 통해서 읽을 수 있지만, 한글 워디안부터 도입된 새로운 HWP 포맷은 읽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거의 없고, 설령 읽을 수 있다 하더라도 문서의 레이아웃은 박살나거나 해서 도저히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한글 2007 이상 버전으로 작성된 HWP 파일을 읽으려면 결국 한컴 오피스나 한글을 구매하던지, 한컴오피스 뷰어를 사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공공 기관 한정으로 거의 de facto 레벨에 도달해있는 것이 HWP 파일 포맷이고, 이를 제대로 읽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것은 한컴 밖에 없으니, 계약 당사자로서의 지위가 현저히 우월하거나 고객이 다른 사업자를 선택할 범위가 제한되어있는 경우에 해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최종적인 판정은 공정거래위원회의 몫입니다만). 한컴이 HWP 파일 포맷을 공개하긴 했지만 당장 한컴오피스 뷰어 레벨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단독 뷰어나 타 오피스 프로그램의 필터가 있나요? 만약 공정위가 이 조항을 들어 행정 처분(시정 명령)을 했을 때 한컴이 불응한다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이하의 벌금이 부과됩니다(약관법 제32조 벌칙).

 

도대체 왜?

위와 같은 내용을 과연 한컴에서 검토해보았을까 하는 의문이 있습니다. 20년이 넘는 업계 구력을 보유하였고, 사업 내용의 주(主)는 소프트웨어 제작 및 판매 위주였으며, 불법 소프트웨어로 인해 피해를 많이 본 기업이기 때문에 라이센스나 저작권 침해 등 법적 이슈가 많을 수 밖에 없는 회사입니다. 당연히 그에 발맞춰 법무 조직도 상당한 레벨이 있을 것이고, 또 그래야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상식 레벨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용권 계약이 튀어나온 것은 법 전공이 아닌 저로써도 납득이 어렵군요. 과연 내용을 법무 조직에서 검토는 했는지에 대한 의구심마저 듭니다. 만약 검토를 성실하게 했다면 과연 저런 내용이 나올 수 있을지부터가 납득이 안되는데, 검토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저 수준이라면 “돈 벌어야 한다”라는 논리(전술한 사용 승인 신청서 항목 설명 참조)에 밀린 게 아니냐는, 회사의 법적 이익을 수호하는 법무 조직으로써는 참을 수 없는 오명을 얻더라도 별로 할말은 없어보입니다.

마케팅 목적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보기에는, 전 저렇게 상세하게 전산 자산 내역을 제출해야 사용권 승인을 내주는, 무상 프로그램의 배포를 목격한 적도 없으며, 정보를 받더라도 옵션으로 격하하여 제출 여부를 사용자가 선택하게 하거나, 가짜로 넣어도 자동 등록 후 사용권이 부여된다던지.. 그런 형태만 봤지 신청서 보내고 15일내로 승인 여부 알려주면 그때서야 쓸 수 있는 프로그램.. 무슨 오라클 같은 DBMS도 아니면서 그 정보의 값어치를 해내느냐에 대한 심각한 의구심이 있습니다.

 

맺으며

개인적으로 20년 가까이 가장 사랑했던 프로그램의 제작사인 한글과컴퓨터가 최악으로 다가온 하루였습니다. 미쳤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야심한 밤 이 긴 글을 쓰면서 그런 감정이 딱히 잘못된 것 같진 않다 싶은게 더 서글프네요.

SNS나 기사 댓글 보면 니는 정품 쓰면서 그런 소리하냐고 헛소리 지르는 분들 있던데, 이건 정품 사용과는 관계 없는 얘기고, 계속 그래봤자 너님들만 바보되니까 자중하세요. 노파심에도 전 한글 2.1 수검용부터 한컴오피스 2010까지 모두 정품 사용 중입니다. 난 이런 소리 해도 되는 거 맞죠?

제가 쓴 모든 내용이 소설이고 제 머릿속 시나리오였다면 참 좋겠습니다. 하지만 오늘 ZDNet Korea에 기사 기재되면서 거의 맹비난을 듣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요지부동인 한컴을 보면 한컴은 둘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패기(霸氣) 있거나, 패기(敗氣) 있거나. 아무래도 후자쪽인 것도 같네요, 요즘 같아서는. ⓣ

 

2012-01-02 추가

상기 포스트를 최초 작성했던 시점에서 달라진 점이 있습니다.

먼저, 한컴 웹사이트 초기 화면에 “드디어” 해당 공지사항이 게시되었습니다. 제가 이 포스트를 2011년 12월 29일 새벽 2시 40분 경 포스팅했으니 그 이후 공개 공지한 셈이 되었습니다. 이걸 한달만 일찍 했어도 지적 안 당하고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두번째, 각각 HWP와 싱크프리 오피스쪽으로 걸려있던 사용 승인 신청서 링크 중, 씽크프리 오피스쪽 걸려있던 링크가 삭제되었고, JPG 파일로 대체되었습니다. 즉, HWP와 JPG 두가지 포맷으로 제공됩니다(PDF는 엿바꿔 먹는 건지…)

세번째, 사용 승인 신청서의 항목이 다소 조정되었습니다. 기존, PC 보유 대수, 한컴오피스/한글 보유 수량, 뷰어 사용목적/용도, 뷰어 사용대상/사용수량, 뷰어의 재배포 형태의 다채로운 항목 중 PC 보유 대수, 한컴오피스/한글 보유 수량 항목이 삭제되었습니다. 이건 제 지적 때문인 것은 아닌 것 같고, 그건 여러 블로그와 SNS에서 집중되었던 지적 사항이 반영된 것으로 보이는데, 제 블로그는 애초에 저딴 사용 승인 절차를 도입한 의도를 불신하는터라 별다른 감흥은 없군요.

위에 기술한 정도만 바뀌었고, 기존 공지사항에는 없었고 ZDNet Korea 기사에만 나와있던 사용권 부여 절차 변경에 대한 변명 – “그 동안 한컴오피스 뷰어에 대하여 누구나 자유롭게 다운로드 받아 사용할 수 있도록 배포를 했지만, 일부 사용자들이 기타 경로를 통하여 재 배포 함으로 악성 코드나 바이러스로 인한 개인정보의 유출이 우려되며, 이에 대한 피해를 사전에 막고자 아래와 같이 사용권을 변경하고자 하오니 이용에 참고하시길 바랍니다.”이 공지사항에 추가된 것 외에는 별달리 변화의 모습을 보이지 않습니다. 

애초에 저 회사가 왜 이런 소란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이해 따위는 하지 않으려는 것 같네요. 아는 분도 좀 계시는데, 흘러간 유행어 맞다나 씁~쓸합니다. 참고로 이 포스트가 이 일에 대해서는 상당히 길게 써 있는데, 전 가능성을 위주로 얘기를 풀었고, 이 포스트에서 지적한 사항만 낼롬 피해갔다간 공정위에게 과징금 때려맞아도 책임 못 집니다. 한컴측에서 이 포스트 보고 계시다면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시죠.

2 댓글

  1. 대체 뷰어 배포를 저딴식으로 하면…..-_-
    아니.. 포맷 공개도 한거 같은데 추후 소식도 없고..
    오히려 막막한 소식만 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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