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그거 아닙니다 신경민 의원님.

By | 2016년 07월 16일

7월 13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제출되었습니다. 다름 아닌 통신자료제공에 있어 영장주의를 도입한 내용이죠.

[2000828]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신경민의원 등 21인)

제안취지 및 주요 내용은…

제안이유
현행법 제83조제3항은 수사기관 등이 통신자료제공을 요청하면 전기통신사업자는 그 요청에 따를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음.

임의적 협조요청사항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강제되고 있어 수사기관이 전기통신사업자로부터 제공받은 통신자료제공 건수는 `12년 788만건, `13년 958만건, `14년 1,297만건, `15년 1,058만건 등으로 지속 증가하고 있음.

법률에 의한 수사기관제공이라 하더라도 그 대상이 국민의 개인정보이고, 통신비밀보호법상 통신제한조치 및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요청 규정 등과는 달리 현행법에서는 법원의 허가 및 이용자에 대한 사후 통지가 없어 수사기관의 지나친 권한남용이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임.

이에 헌법 제12조제3항에 근거한 영장주의를 토대로 수사기관 등의 개인정보 수집이 적법절차에 따라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여 위헌적 요소를 제거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려는 것임.

주요내용
가. 검사, 수사관서의 장 또는 정보수사기관의 장이 전기통신사업자에게 통신자료를 요구할 경우 원칙적으로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함(안 제83조제3항).
나. 전기통신사업자가 통신자료제공을 한 경우에는 통신자료제공의 대상인 해당 이용자에게 통신자료제공을 한 사실과 그 내용을 30일 이내에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함(안 제83조제6항).
다. 전기통신사업자가 해당 이용자에게 통신자료제공 사실과 그 내용을 알리지 아니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함(안 제97조제8호).

제안 취지도 좋고, 그간 업계에서 꾸준히 요구했던 사항이기도 하고, 왜 이제사 개정안이 제출되도록 늦어졌는지 아쉬울 정도인데.. 읽다보니 이거 아닌데, 라는 조항이 있습디다.

개정안 제83조제6항에 규정된 “전기통신사업자가 통신자료제공을 한 경우에는 통신자료제공의 대상인 해당 이용자에게 통신자료제공을 한 사실과 그 내용을 30일 이내에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함”, 그리고 제97조제8호에 규정된 “전기통신사업자가 해당 이용자에게 통신자료제공 사실과 그 내용을 알리지 아니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함(안 제97조제8호).”

통신자료에 영장주의가 도입되는 배경은 본 개정안의 제안 이유에도 나와있듯 어디까지나 형태가 유사한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 및 통신 제한조치에 대해 영장주의가 도입되어있으므로 이에 대한 형평성을 부과하여 수사기관으로 하여금 통신자료 제공요청을 남발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기본 취지입니다. 처벌 조항 없어서 민간 사업자가 말을 안 들어쳐먹고 통신자료 회신 안하는 것을 막겠다는게 아니고요.

통신자료든 통신사실확인자료든 간에, 수사기관이 필요한 자료를 보유하지 못한 탓에 민간 사업자에게 그 자료를 요청하여 확보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수사기관의 필요에 의해 민간 사업자가 “협조”하는 것이죠. 뭐 이 대목에서 제 면전에 대고 사회적 책임 운운하는 모 수사기관의 수사관님도 계셨습니다만, 그래요, 수사기관의 필요에 의해 민간 사업자가 보유한 정보를 제공하는 협조 행위가 그 빌어먹을 사회적 책임의 일환이라고 보셔도 됩니다. 왜? 수사기관에게 정보 제공한다고 해서 민간 사업자에게 어떠한 이득이 있을까요?

각설하고, 수사기관이 협조를 받아서 정보를 확보했다면 그 데이터가 효용가치가 있든 없든 간에 목적을 달성했습니다. 그러면 그 이후에 법률에 따라 이러이러한 데이터를 제공받았다는 내용을 당사자에게 통지하도록 되어있습니다(통신비밀보호법 제9조의2, 제13조의3, 제13조의4). 누가? 수사기관이요. 비록 제13조의3(범죄수사를 위한 통신사실 확인자료제공의 통지) 항은 다른 조항과 달리 통지의 주체가 누락되긴 했는데 법률의 전체 맥락과 표현을 보면 당연히 수사기관을 통지의 주체로 해석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번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서는 이 통신자료 제공요청을 받았다는 사실의 통지 주체를 전기통신사업자로 규정했습니다. 도대체 왜 그랬는지 개정취지나 개정 법률안에는 한글자도 안 써있어서 도저히 알 수가 없는데, 왜 굳이 통신자료만 요청을 받은 전기통신사업자가 통지를, 그것도 서면으로 하게 했는지 도무지 납득이 가질 않습니다. 이 또한 수사기관이 협조를 받아 정보를 확보한 상황이므로 목적을 달성했고, 그 목적을 달성한 주체가 대상자에게 통지하는 것이 논리적으로나 법률적으로나 맞는 것 아닌가요?

아 물론, 통신비밀보호법에서의 통지 행위는 기소 여부 결정시까지(범죄수사를 위한 통신사실확인 자료제공), 또는 국가의 안전보장 및 공공의 안녕질서를 위태롭게 할 현저할 우려가 있을 경우나 사람의 생명·신체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염려가 현저한 때(통신제한조치/국가안보를 위한 통신사실확인 자료제공), 그 사유가 해소될때까지 통지를 유예할 수 있도록 되어있고, 내사 핑계로 통지를 안하거나 하염없이 미루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왜? 범죄수사를 위한 통신사실확인 자료제공은 당사자에게 통지안해도 통비법상 처벌 조항이 없어요. 그래서 통지의 유효성이 굉장히 떨어집니다. 안해도 처벌 안받으니 굳이 귀찮게 할 필요가 없거든요.

그래서 통지의 유효성 확보를 위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서 전기통신사업자에게 그 의무를 떠넘긴다 칩시다. 그런데 이것도 웃기는게, 통지 안하면 처벌 조항이 있어요. 그런데 현재처럼 제공 안하면 처벌 조항이 없어요. 그러면 전기통신사업자는 어떤 행동을 선택할까요? 들어가는 비용에 대한 보전도 없고, 통지 안하면 처벌되는데 제공 자체를 안해버리겠죠. 저 개정안대로 시행되면 그나마 지금까지 협조적이었던 기간/별정통신사업자들도 비협조적으로 돌아서는데 500원 정도 걸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처벌 조항 넣으면 당장 큰 업체들 중심으로 위헌소송이나 안 들어가면 다행이겠죠.

기껏 몇년 걸려 나온 개정안이 저거라면, 실망입니다. 신경민 의원님. 좀 더 다른 대안이 나오길 기대해봅니다. ⓣ

Author: 너른호수

2004년부터 모 포털 사이트 알바로 시작한, 취미로 하던 웹질을 직업으로 만든 일을 굉장히 후회하고 있는 이메일 서비스 운영-기획자 출신 앱 PM(?)-SI 사업PM. 메일쟁이로 지낸 15년에 치여 여전히 이메일이라면 일단 관심이 갑니다. 버팔로이자 소원이자 드팩민이고, 혼자 여행 좋아하는 방랑자. 개발자 아님, 절대 아님,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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