씽크프리 오피스(Thinkfree Office) + NAVER

어제인가, NHN-한글과컴퓨터 사이에 양해각서가 하나 체결되었다는 보도자료가 하나 나왔습니다. 한글과컴퓨터의 자회사인 한컴씽크프리에서 만든, 씽크프리오피스를 NHN의 네이버 서비스에 도입한다는 자료였습니다.

씽크프리는 2000년에 처음으로 개발되어, 한글과컴퓨터에서 서비스했던 넷피스 서비스에 공급되었습니다. 현 한컴씽크프리의 공동대표인 강태진 사장이 한컴 출신이기도 했거니와, 98년 사태로 회사의 존립조차 불투명했던 한컴이 전하진 사장 취임 이후, 패키지 소프트웨어 시장에서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도입했던 웹오피스 서비스의 중추적인 역할을 기대했던 것이죠. 그러나, 이미 흔들린 회사 조직의 불안정, 마케터 이상의 역량을 발휘하지 못했던 전하진 사장을 비롯한 임원진의 판단 미스 등으로 인해 98년 한컴사태의 극복은 요원했습니다.

2002년 김근 사장 취임 이후에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갈수록 벌어져가는 MS 오피스와의 격차를 극복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브로드밴드 인터넷 서비스의 확대와 맞물려 웹오피스 시장을 중점적으로 공략했어야하는 시기가 아니였나 싶었습니다만, 한컴은 계속해서 옆길로 빠져나가고 있었습니다. 특히, 넷피스 서비스를 전면 유료화하면서 사용자 층이 얇아졌던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거기에 더불어 김근 사장이 취임한지 얼마 되지 않아 한컴 중역진의 내부 반란이 일어나 경영권 분쟁의 와중으로 휩싸이게 되고, 씽크프리는 그 이후 한컴과의 관계를 끊었습니다. 자바 기반의 플랫폼 독립 애플리케이션의 특성을 가지면서도 MS 오피스와의 호환성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에 NASA에 납품하는 등 독자 생존의 길을 가게 되었던 거죠. 그 와중에 한글과컴퓨터는 “한/글” 사용자를 끌어온다는 명목하에 넷한/글이라는 서비스를 새로 추가하여 결국 서로서로 살을 뜯어먹는, 카니발리제이션(Cannibalization) 효과 덕분에, 넷피스, 넷한/글 모두 좌초하고 맙니다(넷피스, 넷한/글 모두 현재도 서비스는 하고 있습니다만, 누구 쓰시는 분 계십니까?).

그렇게 각자의 길을 가려고 하던 씽크프리와 한글과컴퓨터는, 프라임산업이 한글과컴퓨터를 인수한 이후 2003년 말, 한글과컴퓨터가 (주)씽크프리의 자산 일체를 인수하면서, 한컴씽크프리를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다시 만났습니다. 씽크프리의 독자적인 유료화가 난항을 겪었을 뿐더러, 당시 소프트웨어 지주회사를 표방했던 한컴의 전략적 판단이 결합된 결과로 생각됩니다. 씽크프리는 자금난에서 해방되었고, 한컴은 씽크프리의 자산과 브랜드 가치를 얻어낸 나름대로의 Win-Win 이었겠죠.

한컴이 씽크프리를 인수한 이후에도, 씽크프리는 한국시장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씽크프리 오피스 3.0 발표와 동시에 온라인 서비스를 무료화하였지만, 그것도 미국 시장에 국한된 얘기였죠(물론 한국에서도 접속 및 사용이 가능합니다). 한국 사람들이 오매불망 바라는 한국어 웹페이지와 서비스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물론 AJAX를 이용한 퀵에디터가 아닌, 자바 플랫폼 위에서 실행되는 파워에디터 모드에서는 시스템 언어를 감지하여 자동으로 한국어 인터페이스가 적용됩니다). 한국 시장이라는 곳이, 유사한 기능을 제공할 경우 웹서비스보다는 패키지 소프트웨어를 찾는 비율이 높을 뿐더러, 오피스 웨어하면 MS 오피스, MS 오피스하면 오피스 웨어라는 뿌리깊은 인식을 극복하기 어려운 형편도 감안했겠죠. 워드프로세서 하면 딱 떠오르는 한/글조차 오피스 패키지 시장에서 고전하는 판에, 씽크프리라고 별반 다를 바 없지 않겠습니까.

그러던 중에, 웹오피스를 건드리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NHN이 나타났습니다. UCC가 동영상에 집중된 시기이지만, 정말 유저가 만든 컨텐츠는 대부분 문서입니다(과연 UCC라고 하는 동영상에서 유저가 직접 만든 컨텐츠는 얼마나 될까요?). 모든 정보를 네이버 안에 끌어오길 원하는 NHN으로써는, 블로그와 지식검색, 문서검색 서비스의 한계를 극복할 필요가 있었을 겁니다. 동영상 UCC는 유저가 직접 만든 것이 턱없이 부족하고 검색의 문제도 있을 뿐더러, 저작권 문제를 극복하기가 매우 어렵죠. 문서 UCC라고 해도 그런 문제가 없을 수는 없겠지만, 동영상 UCC보다는 덜하니까요.

더군다나 최근 몇년간 네이버의 신규 및 개편 서비스들은 모두 로그인을 해서 사용하게 하는, 사용자가 네이버에서 떠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기조로 하고 있습니다. 만약 웹오피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사용자들의 사용 시간을 더 늘릴 수 있겠죠. *.naver.com 라는 도메인 안에 가두는 시간을 늘릴 수 있으니까요. 문서 작업 한번에 소요되는 시간을 감안해보시면 이해가 되실 수 있겠습니다. 이 NHN과 한글과컴퓨터의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진 접점이 어제 나온 보도자료라고 생각합니다. 한/글 및 한컴오피스 패키지의 존재 때문에 쉽사리 한국내에서 운신하기 어려운 한컴씽크프리, 그리고 UCC의 확대 및 사용자 점유시간의 확대를 원하는 NHN.

물론 앞으로 갈 길은 더욱 험난합니다. 일단 씽크프리 오피스 파워에디터 모드는 썬 자바 플랫폼에서 실행이 되기 때문에 파워에디터 모드에서 썬 자바를 별도로 설치해야하는 부담, 또 applet도 별도로 받아야 실행이 가능한 불편함이 있고, AJAX를 이용한 퀵에디터 모드는 기능도 부족하고, 또 Clac와 Show에는 제공도 되지 않으니 웹오피스라는 것 자체가 무색해집니다(물론 준비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구글 Spreadsheet와 유사하게 말이죠). 또 만의 하나 그런 문제를 극복한다 하더라도, 자칫 한컴의 패키지 소프트웨어 시장이 잠식될 수 있으니 어느 정도까지 서비스를 할 것이냐에 대해 고민이 많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기업대상으로 서비스를 어떻게 할 것이냐(반드시 기업시장으로 가야지 “돈”을 벌 수 있으니 말이죠)라는 것도 아주 어려운 문제 중 하나죠. 유료화할 것이냐 광고를 바를 것이냐 하는 문제는 이런 문제들에 비하면 차라리 간단한 문제일 정도입니다.

기대도 많고, 걱정도 많이 됩니다만,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해외의 웹오피스가 한국에 들어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헤게모니 선점을 위한 중요한 결정이었으니, 사용자도 회사도 만족할만한, 구글 오피스웨어(Writely, Spreadsheet) 이상의 좋은 서비스가 되길 바래봅니다. 아, 하시는 김에 아직 씽크프리에서 지원 안되는 MS Office 2007 파일포맷(*.docx, *.xlsx, *.pptx)도 지원해주시면 안될까요? ^^

[+] 기사들을 보고 있자니, 상당히 많은 기자분들이 퀵에디터를 HTML 에디터로 표현하셨더군요. 한컴 보도자료의 원문에서 퀵에디터 서비스에 대한 설명은 이렇게 되어있습니다.

퀵에디터 서비스의 경우 HTML편집기처럼 사용할 수 있는 빠른 속도가 강점으로 간단한 온라인 문서작업에 효율적이다.

문제는 그 바로 윗 문단에 이렇게 되어있습니다. -_-;

이번 제휴로 한컴과 한컴씽크프리측은 ‘씽크프리’의 HTML 편집기인 ‘퀵에디터(Quick Editor)’와 관련한 서버 모듈, 그리고 씽크프리의 최대 강점인 ‘파워에디터(Power Editor)’ 서비스 등을 NHN에 제공하게 된다.

한컴 홍보실은 반성하세요. -_-;

[+] 디지털 타임즈는 한술 더 떠서 씽크프리 라이터를 “한/글”인것처럼 써버렸군요. -_-; 씽크프리 패키지와 한/글 및 한컴오피스 패키지는 기술적으로 관련된 부분이 없는 완전 개별 제품입니다.

8 댓글

  1. 글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웹오피스 관련 취재하려고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2. 포스트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예전부터 궁금했던 부분들을 잘 설명해 주셨네요

    그러고보니 저와 대화명이 같네요~
    대화명 같은 사람은 첨 뵙네요~ ^^;

    1. 헙… 제가 쓴 줄 알고 놀랬습니다 ;ㅁ;

      검색엔진에서 닉네임으로 찾을 때 나오시는 것 같아.. 전 얌전히 있었죠. ^^;;;

  3. 오늘이 12월 13일인데 네이버에서 언제나 시작할려나…?
    개인적으로 기다리는 서비스입니다.

    역시 네이버는 똑똑하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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