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처구니가 없다, 한미FTA 지적재산권 분과


사용자 삽입 이미지한-미 FTA가 4월 2일에 타결되어, 이제 비준절차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관심은 있었지만 잘 살펴보지 않았다가, 오늘 지적재산권 분과의 타결 내용을 보고 어처구니를 상실했습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그 잘난 ‘선진경제를 향한 도전’ 하다가 국민 사생활이고 뭐고 저작권자의 논리에 따라 다 까발리게 생겼군요. 미키마우스법[footnote]2004년 만료될 예정이었던 미키마우스의 저작권을 2024년까지 늘리기 위해, 월트디즈니사의 강력한 로비에 의해 저작권의 인정기간을 70년으로 늘리면서 1998년에 개정된 미국 저작권법에 붙은 별명입니다. http://en.wikipedia.org/wiki/Sonny_Bono_Copyright_Term_Extension_Act 참조. 아마 2018년 즈음 되면 그 기간이 100년으로 늘어날지도 모릅니다.[/footnote]의 함정에 빠지게 생겼습니다.

아래 포스팅 내용은 한미FTA 협정 전문이 아직 공개되지 않아 부정확한 내용일 수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5월에 공개한다는 한미FTA 전문을 봐야하겠습니다만, 일단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가장 문제가 될 법한 내용은 이겁니다.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 책임 강화 조항’이 도입돼 업체들의 부담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책임강화 조항은 저작권 피해가 발생했을 때 미국내 저작권자가 우리나라 사법부의 허가 없이 저작권 침해자의 개인 정보를 OSP(Online Service Provider)에게 요청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조항이 왜 문제가 되느냐… 아주 기본적으로 세가지 법에 저촉됩니다.

헌법
제17조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제24조의2(개인정보의 제공 동의 등)
①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려는 경우 제22조제2항제2호 및 제3호의 규정에 해당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다음 각 호의 모든 사항에 대하여 이용자에게 알리고 동의를 얻어야 한다.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의 사항이 변경되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
1. 개인정보를 제공받는 자
2. 개인정보를 제공받는 자의 개인정보 이용 목적
3. 제공하는 개인정보의 항목
4. 개인정보를 제공받는 자의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 기간
② 제1항의 규정에 따라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로부터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는 그 이용자의 동의가 있거나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거나 제공받은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전기통신사업법
제54조(통신비밀의 보호)
①누구든지 전기통신사업자가 취급중에 있는 통신의 비밀을 침해하거나 누설하여서는 아니된다.
②전기통신업무에 종사하는 자 또는 종사하였던 자는 그 재직중에 통신에 관하여 알게 된 타인의 비밀을 누설하여서는 아니된다.
③전기통신사업자는 법원, 검사 또는 수사관서의 장(군 수사기관의 장, 국세청장 및 지방국세청장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 정보수사기관의 장으로부터 재판, 수사(「조세범처벌법」 제11조의2제1항, 제4항 및 제5항의 범죄 중 전화, 인터넷 등을 이용한 범칙사건의 조사를 포함한다), 형의 집행 또는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한 정보수집을 위하여 다음 각호의 자료의 열람이나 제출(이하 “통신자료제공”이라 한다)을 요청받은 때에 이에 응할 수 있다.<개정 2002.12.26, 2007.1.3>
1. 이용자의 성명
2. 이용자의 주민등록번호
3. 이용자의 주소
4. 이용자의 전화번호
5. 아이디(컴퓨터시스템이나 통신망의 정당한 이용자를 식별하기 위한 이용자 식별부호를 말한다)
6. 이용자의 가입 또는 해지 일자

참고로, 정보통신망법과 전기통신사업법 상에 규정된 개인정보 및 통신비밀 정보에 대한 보호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전기통신사업법상에서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5천만원 이하의 벌금, 정보통신망법상에서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되어있습니다(이 무시무시한 업무가 내 업무라니 orz).

정보통신부는 “한미FTA 협상의 합의내용은 저작권자가 소송 제기를 위해 온라인서비스제공자로부터 저작권을 침해한 가입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를 획득할 수 있도록 행정 또는 사법 절차를 수립하도록 하는 것’으로 ‘따라서 저작권자가 OSP에게 직접 정보의 제공을 청구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며, 행정 또는 사법 절차를 통해 저작권을 침해한 가입자의 정보를 획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라면서 강변하고 있고, 또 “정보통신망상의 개인정보 보호 및 제공과 관련해서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규율하고 있으며, 이용자의 동의가 있거나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 등에는 제공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라면서 물을 좀 타시는 것 같은데 말입니다, 현재 현행법률에서 개인정보의 제3자 동의가 가능하다고 규정한 것은 전기통신사업법의 “범죄 수사 및 안보 수사”에 국한되어있고, 헌법을 포함한 3개 법이 서로 충돌하지 않습니다. ‘범죄수사’와 ‘안보수사’는 국가를 유지하기 위한 통제 수단으로,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그 본질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헌법 제37조 2항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기 때문에 현행 법령들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작권 침해가 과연 “국민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하는” 권리를 제한할 수 있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해당할까요? 이 경우에 대한 해석은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기 때문에 비전문가인 제가 의견을 제시하기 어렵겠습니다만, 상식적인 면에서 생각해볼 때 “필요한 경우에 해당한다”라고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렇다면, 정보통신부의 항변에서 볼 수 있는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 – 즉 저작권법 개정을 통해 개인정보의 저작권자로의 제공은 상당수준 불합리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따라서 언론에서 언급하고 있는 한미FTA 의 지적재산권 분과의 협정 내용대로라면 위헌 소지가 다분하게 되는 셈입니다. 저작권법의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와 정보통신망법 및 전기통신사업법의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가 또 맞닥뜨리게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작권자가 소송 제기를 위해 온라인서비스제공자로부터 저작권을 침해한 가입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를 획득할 수 있도록 행정 또는 사법 절차를 수립하도록 하는 것“이라는데, 이거 지금 하고 있잖아요. 마치 지금은 그렇게 안되는 것처럼 그러시네? 범죄수사 목적으로 수사기관에서 획득할 수 있는데, 왜 수사/사법기관도 아닌 일개 기업 혹은 개인이 타인의 개인정보를 필요로 하느냐 말입니다. 이거 분명히 수사기관을 거치지 않고 저작권자가 바로 소송 제기하기 위해 중간 수사 과정을 생략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이는데, 저작권이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의 권리에 올라타는 것을 인정해버리는군요.

내기할까요? 만약 이대로 법률이 개정되어서 저작권자들에게 개인 신상정보가 직접 제공되기 시작하면, 시작하자마자 개인정보 유출 사고 수백건 발생할겁니다. 크하하. 지들 권리만 챙기고 남의 권리 등한시 하는 집단이 과연 퍽이나 남의 개인정보 소중히 잘 보관하겠습니다. 더군다나 외국 저작권자들이 한국인 개인정보를 소중히? 크하하하하하. 개그를 해도 적당히 해야죠. 피식.

이외에도, 지적재산권 분과의 협정 내용은 완전히 미국 저작권법을 그대로 한국에 번역해서 반영하는 수준 밖에 되지 않을 듯 합니다. 70년에 이르는 저작권 보호 기간이라던지(저작권의 보호와 동시에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이 목적인 한국 저작권법의 취지가 무색해지는군요), 비영리적인 사용에 대한 대폭적인 축소라던지, 현행 저작권을 1조부터 다시 써야하는 내용이 수두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거기에 주무부처의 웃기지도 않은 항변이라니, 아무리 정부부처지만 아닌 건 아니라고 목소리도 못내는 벙어리 꼬락서니가 참담하기 그지 없군요. 형태에 따라 70년, 95년, 120년씩 규정되어있는 것을 70년으로 보호 기간을 단일화시켰다고 자랑하는 걸 보면 뭐 알만하죠.

떡은 먹어야하는 건데, 댓가도 치루지 않고 먹는 행위를 통제하는 정도를 벗어나서, 아예 유리상자 속에 70년동안 가둬두고 이거 한번 맛 보려면 돈 듬뿍 내야하고, 유리상자 속의 떡이 썩거나 말거나 70년동안 구경이나 하시라는 협정 결과. 잘나셨습니다. 외교통상부 여러분. 미국 저작권 조문 번역해서 한국 법 뜯어고치겠다고 OK 싸인 내주시는데 1년이나 걸리셨으니, 이거 수고하셨다고 해야하나 아님 헛짓 하셨다고 해야하나 모르겠군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포스팅 내용은 한미FTA 협정 전문이 아직 공개되지 않아 부정확한 내용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개되더라도 별 차이는 없을 듯 하군요.

4 댓글

  1. 정말 어처구니 없죠-_-
    저작권 관련해선 이건이건….에효ㅠ

    글구 미키마우스법은 벌써 로비하는걸로 얼핏 들었던거 같은데
    다행히 아직까진 70년인가보군요~_

  2. 한번 생각해봐야할 것은 “왜 미국이 개인정보 제공을 요청했을까?” 입니다. 저작권 침해자의 신상을 모아서 어디다 쓰려고? 소송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형사와 민사이지요. 근데 우리나라에선 (인터넷 상의) 저작권 침해와 관련되어서 민사소송이 어렵거나 불가능합니다. 왜냐하면 민사소송은 재판 절차상 상대방을 특정해야 하는데 (여기서 특정이란 일반적으로 성명 주민번호 주소 등의 최소한 특정입니다.) 상대방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저작권자가 알 수 없거든요. 그래서 민사소송대신 형사고소 하는겁니다. 근데 아시겠지만 민사소송은 돈만 물어주면 그만인데 형사소송은 흔히말하는 빨간줄, 즉 전과가 남거든요. 이건 큰일이죠. 원래 저작권법의 취지는 저작권자의 재산권을 보호해줄 목적으로 생긴건데 사용자에게 빨간줄까지 긋게한다는건 문제가 있는거 아니겠슴까? 그런면에서 민사소송 촉진을 위한 개인정보의 제공은 일면 타당성이 있습니다. (물론 그렇게 수집한 개인정보의 관리문제는 님 말씀 마따나 걱정이 됩니다.) 그런데 이 제도가 실효성을 거두려면 저작권자가 형사고소를 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해야 합니다. 기존에 형사고소를 할 수 있었는데 거기다가 민사소송까지 가능하다 라면 권리자의 권리가 너무 확대된다는 비판이 있지요. 그래서 FTA에서 형사처벌은 상업적 규모의 침해가 있을 때에만 형사처벌이 가능하다는 조항이 필요한거죠. 그래야 사소한 침해는 돈으로 해결해라 라는 취지가 달성되는 것이죠. 근데 우리 FTA에는 상업적규모인 경우에 비친고죄화를 시킨겁니다. 상업적인 규모가 아니라도 저작권자는 여전히 침해자를 고소할 수 있는거지요. 이는 문제가 있는 조항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FTA문안을 검토하여 보아야겠네요. 포털의 개인정보 제공과 관련해서 하나 추가로 말씀드리면 개정 정보통신망법에도 명예훼손등으로 권리침해를 당한자가 명예훼손 분쟁조정부에 요청하면 포털이 개인정보를 제공하도록 개정되었습니다. (2007년 7월 시행이죠)

    1. SadGagman 님 덕분에 좋은 지식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 이 점 감사드리구요..

      전 법전공이 아니라서 법률을 대할 때 아무래도 상식선에서 생각을 하게 되는데, 법에 관련되신 분들이 법리적으로 해석한다면 결론이 다르겠지요. 여튼, FTA 의 저작권 관련 협정에 전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상세히 알 수 없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어떠한 결론도 내기가 어렵겠지만… 일단 언론들에 노출된 면만 감안한다면 그만큼 사용자의 편익보다는 권리자의 권리쪽으로 중심축이 쏠리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아, 그리고 명예훼손의 경우… 직접 제공이 아닌 중간단계인 정통윤 분쟁조정부를 거치니까 그렇게까지 최악의 경우는 아니겠습니다만(소제기 외의 타 용도 – 인터넷에 공개해버린다던지 – 의 전용 금지가 단서로 붙어있으니까요), 저작권 관련해서는 그러한 안전 장치가 마련될지는 솔직히 좀 의심스럽습니다. 마련되더라도 되게 느슨하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답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