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 그리고 미련

By | 2007년 06월 10일

며칠전, 모 커뮤니티를 통해 알고 있던 분으로부터 메일을 한통 받았습니다. 어떤 기회를 주시는 소중한 메일이었죠. 그 메일에서 알려주신 그 기회가 제것이 아님을 알면서도 차일피일 미루다가 방금전에야 답장을 보냈습니다. 물론 “그 기회가 제것이 아닌 듯 합니다”라는 거절 내용이었습니다.
누구나 그런 기회를 부여받게 된다면 한번쯤, 아니 여러날 고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회사와 같은 업종에서 종사하고 있다면, 일하면서 누구나 한번쯤 가보고 싶다라고 생각할만한 회사고, 기회가 있다면 어떻게든 붙잡고 싶을테지만, 여러날 고민한 결론은, 역시 내것이 아니다, 라는 결론이었습니다.
그러고보면 제가 회사에 재직한 이래 4년이 흐르는 동안, 많은 기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4년동안 제 직장이 바뀐 적은 단 한번도 없었네요. 조건이 안 맞아서, 시기가 안 맞아서 그 기회를 떠나보냈던 것이었지만, 어쩌면 회사의 조그마한 제 책상에서 아직 이뤄내지 못한 일이 있다는 미련 때문이었을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연봉 많이 받고, 해외 출장도 팍팍 다니고, “나 어디 다닌다”라고 얘기하면 누구나 “오 거기 유명한 곳이잖아. 좋겠네”라는 얘기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누구나 한번쯤은 꿈꿔보는 생활이고, 그러기에 대학생일때부터, 고등학생일때부터, 중학생일때부터, 초등학생일때부터, 어쩌면 태어나서면서부터 우리네 학생들이 그렇게 힘든 세월을 보내고 있을런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제가 이 자리에 남아있는 것은, 연봉도 많지 않고 맨날 학자금 대출 갚아나가느라 헉헉대는 이 시절을 보내고 있는 것은, 앞서 얘기했다시피 회사의 조그마한 제 책상에서 아직 이뤄내지 못한 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입사하기전부터 제 서비스를 써왔던, 기획/운영자 이전에 한 서비스의 헤비유저로써, 제가 좋아하는 제 서비스를 정말 의미있고 멋지게 만들어보고 싶은 그 욕심이 앞으로 나갔을지도 모를 제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이 회사에서 보낼 날이 얼마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설령 아주 짧은 날이 남았다 하더라도 내가 이 회사에서 이런 걸 해냈었소, 하며 자랑스럽게 얘기하고 싶습니다. 그 얘기를 할 때 제가 이 회사의 제 책상에 앉아있는 것이 아니더라도. ⓣ
* 그래도 미련이 남는 걸 어쩔 수 없는 걸 보니 저도 사람이라는 동물이 맞나 봅니다. 🙂

Author: 너른호수

2004년부터 모 포털 사이트 알바로 시작한, 취미로 하던 웹질을 직업으로 만든 일을 굉장히 후회하고 있는 이메일 서비스 운영-기획자 출신 앱 PM(?)-SI 사업PM. 메일쟁이로 지낸 15년에 치여 여전히 이메일이라면 일단 관심이 갑니다. 버팔로이자 소원이자 드팩민이고, 혼자 여행 좋아하는 방랑자. 개발자 아님, 절대 아님, 아니라고!

5 thoughts on “기회, 그리고 미련

  1. 빨빤

    인생의 기회는 3번이라고 합니다.
    이번이 그 3번째 기회가 아니길 간절히 바래봅니다 ^-^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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