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타 대처, 지금까지는 뭐하시고…?

By | 2007년 01월 23일
윈도우 비스타, 꼼꼼히 확인후 구매해야 (정보통신부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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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 비스타가 개발 발표된지 5년, 첫 베타버전이 발표된지 1년 6개월만에 일주일뒤 1월 30일 소매 판매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2001년 윈도 XP가 발표된 이후 6년만에 돌아온 운영체제의 대대적 업그레이드(혹자는 아니라고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입니다. 그러니만큼 마이크로소프트의 비스타 프로모션은 눈물 겨울 정도였죠.

2006년 6월부터는 기존 MS의 OS 제품군에서 볼 수 없었던 사실상의 공개 베타 프로그램(CPP)을 시행했습니다. 베타1, 베타2에 이어 RC(Release Cadidate/출시후보판) 1, 2까지 차례로 공개하면서까지 비스타 프로모션을 수행했고, 동시에 수많은 버그 발견(베타1이 출시되지마자 16,000여개의 버그 발견-_-) 및 패치를 해낼 수 있었습니다(물론 다 패치되었는지는 모릅니다_-_).

무엇보다도 이런 사실상의 공개 베타 프로그램의 또다른 목적은 UAC(User Account Control) 로 상징되는 Sandbox 모델로의 도입으로 인한 응용프로그램, 혹은 웹애플리케이션의 패치에 있었습니다. 기존 MSDN 가입자들에게만 제공했던 베타를 공개해버림으로써 MSDN에 가입하지 않은 개발자 혹은 개발회사에서 비스타를 접하고, 비스타에 맞게 수정하거나 개선할 기회를 주었다는데 의의가 있습니다(제가 다니는 포털 회사쪽에도 메일을 보내서 비스타 설치디스크를 제공할테니 – 물론 RC – 사이트 이용상 문제가 있는 점을 파악해서 개선해달라라는 얘기를 한국 MS에서 했었습니다). CPP 프로그램이 2006년 6월에 시작했으니 약 7개월 남짓한 시간이 제공되었던 것이죠. 빠듯하긴 빠듯한 시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제 정통부에서 돌린 보도자료에 따르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정부부처에서 공개적으로 발표했습니다. 물.론. 비스타 UAC 및 Sandbox 모델의 맛보기 레벨(클릭 한번만 더 해주면 되는 것이니 *nix 계열의 샌드박스 레벨까지는 미치지 못한다고 봅니다)의 까탈스러움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리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고, 개발이라는게 그렇잖습니까. 원래 계획된 일정에 맞추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은, 비록 제가 기획자라고 해도 이 바닥 밥을 먹고 있는 입장에서 모르거나 이해 못하는 바 아닙니다. 그러나…

UAC로 인해 가장 먼저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많다고 지적된 인터넷 뱅킹, 전자정부에서의 진행이 가장 더디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 어떤 서비스보다 사용량이 많고 문제가 발생하면 심각하다고 평가되는 서비스들이 가장 진척속도가 늦다는 것은 그 어떤 변명으로도 용납하긴 어렵습니다. 대체하거나 이용을 포기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가장 먼저 문제가 해결되었어야했습니다.

지금 와서 당장 ActiveX 이용을 포기하거나 다른 대체재를 찾아라, 라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시간과 비용, 그리고 리소스의 소모를 단기간에 해내기가 용이하지 않다는 현실이 첫째요, 그런 기관의 윗분들이 그런 개념을 가지려면 아직 한참이나 멀었기도 하고, 월급 받는 처지에 솔직히 까라면 까야죠. 덕지덕지 쳐바르는 것을 지금 다시 언급하진 않겠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사용자들이 집단으로 사용 불능이 되지 않도록 미리미리 대비는 했어야죠. 물론 이것도 윗분들 때문입니다.

이런 쪽에 관심도 없고 그냥 인사발령 되어서 의사 결정권을 가지긴 했는데, 뭘 알아야 대비를 하라 말라 시키지 않겠습니까. 아랫 기획자나 개발자가 이렇게 해야한다 하더라도 “당장 급한거 아니잖아”하면서 살포시 무시해주시는 무사안일한 태도. 그러면서 7개월이 지난 결과가 이꼬라지입니다. 아직도 시간이 더 필요하다라.

운영 업무를 하다보면 사용자들에게 데드라인을 정해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해달라, 그럼 그 데드라인이 지켜질 확률? 반도 안됩니다. 반 넘기는 경우는 귀찮을 정도로 DM 보내고 공지 때리고 팝업 띄우고… 머리 속에 인이 박힐 때까지 괴롭혀야 70% 될까 말까입니다. 그럼 나머지 30% 이상은? 모든 프로세스 종료된 이후 항의 들어옵니다. MS와 한국내 업체/정부기관의 처지가 딱 그 꼴입니다. MS에서 오만가지 홍보를 다하고 세미나도 열고 기술자료도 팍팍 풀고… 그렇게까지 했는데 반도 안했습니다. 그리고 1월 30일 이후 문제가 발생하면 MS에 징징거리겠죠. 아, 벌써 그러고 있군요.

PS.
솔직히 시간이 모자랐다는 것도 일면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닌데, 그럼 현 상태에서 다 수정해놓은 업체들은 뭐랍니까.

Author: 너른호수

2004년부터 모 포털 사이트 알바로 시작한, 취미로 하던 웹질을 직업으로 만든 일을 굉장히 후회하고 있는 이메일 서비스 운영-기획자 출신 앱 PM(?)-SI 사업PM. 메일쟁이로 지낸 15년에 치여 여전히 이메일이라면 일단 관심이 갑니다. 버팔로이자 소원이자 드팩민이고, 혼자 여행 좋아하는 방랑자. 개발자 아님, 절대 아님, 아니라고!

6 thoughts on “비스타 대처, 지금까지는 뭐하시고…?

  1. ㅂㄹ

    아이 횽 알면서..
    (- 뭔가 기나긴 이야기를 할 것 같은 머나먼 눈매)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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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ㅂㄹ

    그러고보니 좋을지도 나쁠지도 재미있을지도? 모를 우리쪽 이야기:
    – 한국: 런처 및 state 관리를 컨트롤 대신 아예 통합 런처로 분리시킬까 생각중
    – 일본: 아예 컨트롤이 빠지는 페이지의 프로토타입 제작 의논중.
    한국의 경우: 원천기술이 있으므로 어떻게 하든지.
    일본의 경우: 유지보수도 안되고 있고 한국쪽은 배째니 아예 안쓰는 방향으로. 새 게임도 모두 각자 로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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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디비

    비스타 설치하면 인터넷 뱅킹등이 제대로 안될 수도 있으니 확인하고 설치하라는 신문 기사도 있더군요.
    이제와서 기존의 것들을 고치기 힘드니까,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이전에 쓰던 그대로 하라고 선동하는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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