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 한번 제대로 잘못 걸렸습니다.

By | 2007년 02월 21일

보통 미국 같은 곳으로 유학을 가려고 생각하면, 유학원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방학중인 학생이 아니라 현재 직장 생활을 하고 있거나 기타 개인적으로 시간 내기가 어려운 경우 유학원이나 여행사의 유학 수속 대행을 많이들 떠올리실 겁니다.

이번에 제 동생이 미국 애너하임으로 유학을 가는데, 여행사 한번 잘못 만났다가 이빠이 스트레스 받고 속 긁히고 “이래서 군소 여행사는 안돼 ㅆㅂ”라면서 계속 투덜거리고 있습니다. 비자 수속부터 해서 항공권까지. -_-;

제가 2002년에 미국에 갈 때는 그 잘난 수수료 아끼겠다고 혼자 이리저리 알아보고 웹 박박 긁어보고 난리를 쳐서 혼자 했었습니다. 근데 다 해놓고 나니 할만하더군요. 기본적으로 미국 대학 입학허가서인 SEVIS I-20부터 F-1 비자, 그리고 항공권 구입부터 출국까지 굳이 여행사나 유학원을 거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얘기했다시피 직장생활이나 기타 다른 문제가 있어 전적으로 시간을 내기 어려운 분들을 위해 그런 회사들이 있는 것이겠죠. 그리고 그에 따른 수수료를 지불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잘못 걸린 여행사는, “당연히 학생이 준비하고 주한미국대사관 영사과에서 공식적으로 준비할 것을 제시하는 문서들”을 한번 컨펌, 아니 컨펌이라기보다는 갈구면서 “원래 너따위는 안되는데 내가 특별히 손 봐주는 것이니 고마워해라”라는 말이 그 인간 머리 위에 둥둥 떠다니지 않나 싶을 정도로 거만을 떨더군요. 그러면서 실제로 보니까 “그렇게 안하면 빨리들 준비 안하기 때문에 일부러 그랬다”라면서 변명해대는 꼴 하고는. 그런 사람이 며칠간 전화 통화 한번 하기 힘들 정도로 버로우를 하고 있었답니다.

여튼 그 인간 덕분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동생은 비자 인터뷰를 마쳤고(비자심사 수수료+인터뷰 예약 수수료외에 그 인간한테 수수료를 무려 8만원 가량 바쳤습니다. 서류 한번 훑어보고 갈구는 수수료치고는 무시무시하더군요), 무사히 F-1 유학 비자가 발급되었습니다(하루만에 오더군요 -_-). 그리고 다음주 화요일, 그러니까 2월 27일에 출국하기 위한 항공권을 예약을 했다는데, 인천-LA 아시아나 OZ 204편, 전세기도 아닌 일반기, 요금 대단하게 부릅디다. 열받아서 그 인간 ㅈㄹ하던 말던 예약 취소시켰고 따로 예매했습니다. 하는 말이 가관이더군요. “공항에서 발권 수속도 해주고 얘기도 해주고 어쩌고 저쩌고…” 참내, “나도 미국 유학 갔다왔고, 해외 안 다녀본거 아니거든요?”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는데 간신히 참았습니다. 그 얄랑한 발권 수속에 이것저것 자질구레한 얘기해주는 댓가치고 수수료 대단하게 챙기시더군요. 새벽 비행기도 아닌 밤 8시 비행기면서. -_-; 뭐, “다른 곳에서 사도 그 돈이 그 돈이다. 내가 ‘폭리’를 취하는 것도 아니고 니가 따로 사겠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별 차이 없을껄” 이런 얘기도 하더군요. “ㅆㅂ”이라는 욕이 목구멍에서 자꾸 세상 보겠다고 난리를 쳤지만 부모님 면전에서 육두문자를 내뱉을 순 없어 또 참았습니다. -_-;

사실 제가 예매한 티켓이 그닥 그 인간이 부른 가격하고 아주 큰 차이가 난 건 아니지만 도저히 그 인간한테 포켓 머니 또 안겨주기 싫더군요(그리고 일반 구매하고 여행사로 들어오는 티켓 원가하고 차이나는, 소위 마진은 아예 없는 양 하더이다. 아우 확 그냥). 그래서 후딱 다른 곳에 연락해서 예약했고 내일 발권만 받으면 됩니다. 그리고 제 동생은 화욜날 인천공항에서 비행기 태워서 보내면 제 일은 끝난 거죠.

만약 제가 유학가는 거였으면 애초에 비자부터 혼자 했겠지만(솔직히 여행사에서 로비라도 해서 비자 발급을 쉽게 해주길 합니까 뭘합니까. 어차피 서류는 갈 사람이 다 준비해야하고 인터뷰도 다 해야하고, 여행사에서 전자 비자 발급 신청서 작성 대행해주는 거 밖에 없잖아요?), 이번에는 제가 직접 가는 것도 아니고 회사 일도 바빠서 좀 짜증나긴 해도 맡긴 건데, 호되게 잘못 걸렸습니다. 제가 만약 직접 걸렸으면 진짜 욕 나갔을 겁니다. -_-;

명예훼손 운운할까봐 회사 이름이나 그 인간 이름은 안 밝히겠지만, 왠만하면 유학원이나 여행사 안 거치는게 낫습니다. 어차피 유학원이나 여행사 거쳐봤자 이거저거 준비해오라는 서류는 별반 차이 없고, 그것도 어차피 본인이 직접 준비해야합니다. -_- 미국 대사관 영사과에서 준비하라는 것만 준비해도 충분합니다(요즘은 한국어 서류도 가능하더군요. 2002년에 저 갈 때는 일일히 다 영어로 번역했습니다 orz). 비이민비자(유학·관광 등)라는 것이, “나는 미국에 눌러앉지 않고 기필코 반드시 한국에 돌아와서 살껴!”라는 걸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에 번듯한 직장이 있다던지, 집안에 돈이 많다던지, 기타 한국에 꼭 돌아만 와야하는 입장인 것을 증명하면 되는 겁니다.

비이민(non-immigrant)비자, 특히 관광(B)과 유학(F) 비자는 서류만 잘 갖춰져있으면 왠만하면 발급되고, 집에 돈이 별로 없어도서류가 다소 미비해도 영사의 판단에 따라 인터뷰만 잘해도 비자 발급됩니다. 유학원이나 여행사에서 이 부분에 대해 서포트해주는 것은 “이런 서류가 부족할 수 있으니 보강하는 게 좋겠다”는 식의 조언 혹은 전자 비자 발급 신청서 작성 대행, 비자 심사 수수료 대납, 그리고 인터뷰 날짜 잡아주는 것 밖에 없는데, 조언을 빼놓고는 집에서 컴퓨터 켜놓고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인터뷰 예약은 해외 결제되는 신용카드가 있어야하고, 비자 심사 수수료 납부는 근처 신한은행으로 가야한다는 번거로움은 있겠습니다만 – 인지를 받아야하기 때문에 인터넷 뱅킹으로 처리가 안됩니다).

항공권? 주변에 널려있는게 할인 항공권이요, 널려있는게 인터넷 항공권 판매 사이트입니다. 투X익스프레스나 하X투어같이 어느 정도 이름있는 곳들만 이용해도 사고날 염려 거의 없습니다. 그렇다면 유학원이나 여행사에서 해줄 것은 미국 가서 살 곳 수소문? 정도 해줄 수 있는데, 그건 미국 전체나 해당 주 한인 커뮤니티(헤이코리안 같은)만 뒤져봐도 찾을 수 있습니다. 그 주에서 거주하는 아는 사람이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고, 학교에서 기숙사를 이용할 수 있다던지, 인터내셔널 오피스에서 알아볼 수도 있습니다. 방법은 여러가지요, 충분히 유효한 것들입니다.

물론, 유학원이나 여행사들의 노하우도 있을 것이고, 또 제가 겪은 거지같은 일이 일반화될 수는 없습니다. 정말 잘 해주는 곳도 많고, 미국서 알게된 친구들도 그런 경우가 많았으니까요. 그러나, 단순히 “편하게 해주지 않을까?”라는 생각 하나 때문에 유학원이나 여행사들, 특히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여행사들을 이용하실 거라면 그냥 혼자 하시는게 낫습니다. 인터넷에 널린 게 미국 유학 정보입니다. 잘못 걸리면 돈도 시간도 있는대로 낭비할 수 밖에 없으니, 신중히, 그리고 미리미리 준비하면 혼자서도 잘 할 수 있습니다. 준비하면서 조금 귀찮고 힘든 게 싫다면 말도 안 통하는 동네 가서는 어떻게 생활하시려구요. -_-;

근데 저도 관광비자를 받아두긴 해야할텐데, 귀찮네요. 흐흣. ⓣ

* 아, 유학가실 때 시티은행의 시티원 통장글로벌 현금 카드 준비해두시는게 좋습니다. 시티 직불카드 하나 있으면 한국내 시티원 통장의 예금액을 해외에서 바로 인출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 시티원 통장 최소개설금액이 100만원이었던거 같은데(한미은행하고 합병전 시티뱅크), 요즘은 1만원이더군요. -_-; 하나 만들어야겠습니다.

Author: 너른호수

2004년부터 모 포털 사이트 알바로 시작한, 취미로 하던 웹질을 직업으로 만든 일을 굉장히 후회하고 있는 이메일 서비스 운영-기획자 출신 앱 PM(?)-SI 사업PM. 메일쟁이로 지낸 15년에 치여 여전히 이메일이라면 일단 관심이 갑니다. 버팔로이자 소원이자 드팩민이고, 혼자 여행 좋아하는 방랑자. 개발자 아님, 절대 아님, 아니라고!

6 thoughts on “여행사 한번 제대로 잘못 걸렸습니다.

  1. ㅂㄹ

    난 여행사에 할인 항공권 구할때 빼고는 전화 안거는데 (….)
    일본올때 취업비자야 뭐 총무팀통해서 -_-..라지만 서류 다 준비했고 -_ㅜ
    이번에 미국비자 신청.. 당연히 혼자하고 있고 (여기 금액납부는 pay easy 서비스라고 해서 지로 비슷한 서비스를 씀)
    일본 무비자 아니었을때 비자신청 및 병특시 필요한 서류.. 당연히 혼자 준비했고 ㅡ,.ㅡ
    음.. 뭐 내가 보기엔 당연한게 다른 사람이 보기엔 아니니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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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eruhkim

    연구실에서 자주 이용하던 여행사가 나름 대형 여행사의 자회사라서 거기를 통해서 이번에 미국 관광/상용 비자를 받았는데, 인터뷰 때 CES 간다고 말하니까 가지고 간 서류는 보지도 않고 통과했네요. 뭐, 혼자해도 별 상관 없었을 것 같긴 하더군요. 10년 정도는 비자 문제는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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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크라이키스

    거만떤다는게 참으로 마음에 들지 않네요 ^^ 굽신굽신 한다는 말이 조금 우습긴 하지만 자기들이 그래야 하는거 아닌가요? 돈받고 하는 일인데.. 우습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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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너른호수 Post author

      해야할거나 제대로 해주면서 거만떨면 이해나 가죠. -_-
      아, 암튼 엄청 짜증났습니다. 제길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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