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이 블로그 글 동의없이 마구 삭제했다라…

By | 2007년 08월 31일

[2007-08-30] 한겨레 – 포털, 블로그 글 동의없이 마구 삭제

기사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포털의 임시조치는 최근 개정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그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법률 조항은 지난 번에 포스팅했던 [던킨도너츠에 관한 글이 왜 포털 사이트에서 사라졌을까]를 참고해주세요.

기사의 주제가 되는 이랜드 건과 지난 번 포스팅의 주제였던 던킨도너츠 건 사이의 동일한 점은 당사자의 요청이 들어와서 포털이 관련 글에 대해 삭제 또는 블라인드 처리를 했다는 것이고, 차이점이 있다면 예전에는 “왜 그렇게 했는가?”에 대한 의문이 있었으나 이번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털이 지멋대로 전횡을 저지른다”식의 비판이 주가 되고 있습니다.

전제하건데, 사용자들의 글, 민중의 목소리, 서민의 눈물, 중요합니다.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니까 사용자 중심이 되어야합니다. 때문에 원론적으로는 사용자들이 작성한 글에 대해서 포털은 손을 댈 수 없습니다. 설령 그 내용이 누군가를 악의적으로 비방하고 저주하고 비난하는 글이라 하더라도, 사용자의 저작물이니까요. 원론적으로는 그게 맞습니다. 설령 그 글을 보고 누가 자살을 하거나 건물에 자동차를 들이박더라도, 사용자의 글이니까요. 철저하게 보호해줘야하겠죠.

이랜드의 대응은 치졸합니다. 온라인상 퍼지고 있는 반(反)이랜드의 흐름을 제대로 읽는 중역진이 단 한사람도 없는 것 같아, 도대체 이랜드라는 기업은 리스크 관리라는 용어가 기업내 존재하는지 여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 떳떳하다면 정면으로 대응하면 될 것이고, 자신이 잘못한 것이라면 솔직하게 인정하고 신뢰 관계를 다시 쌓아야합니다. 그러나 이랜드는 무조건적으로 자신이 옳고 남이 틀렸다는 식으로 밀어붙이기만 하죠. 그래서 각 포털 권리침해신고센터에 수없이 공문을 날리고 있을 겁니다.

실질적으로는 포털의 해당 업무 담당자들도 심적으로는 반(反)이랜드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조직에 속한 조직원으로써, 개인 감정을 내세워 공무를 처리할 수 없습니다. 각 회사에는 이런 요청에 대한 처리 프로세스가 정립되어있고, 이 처리 프로세스는 정보통신 및 소비자 관련 법령을 토대로 각사의 사정을 반영한 것입니다. 이 프로세스를 정립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법령이 되겠죠.

여러 분들이 지적했듯이, 법령 상에는 임시조치를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습니다. 즉, 의무를 강조하긴 했지만 강제 규정은 아니라는 얘기죠. 그러나 권리침해신고센터에 접수된 요청에 따른 임시조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해당 요청을 접수시킨 소위 ‘권리자’는 포털에 관리 책임을 물어 민사 소송을 진행할 수 있으며, 법령에도 나와있듯이 법은 이 민사 소송으로부터 포털을 절대 보호해주지 않습니다. 설령 법에 보호(책임을 면제하는 등)에 대한 언급이 있더라도 분명 유관부처인 정보통신부는 나몰라라 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와 권리자와 포털 사이의 일인데 유관부처가 괜히 껴들고 싶지 않을테죠. 실적도 안되는데 말입니다.

결국 민사 소송이라도 당하게 되면 피곤해지는 건 포털입니다. 이랜드 건과 같이 파장이 큰 일일 경우 민사 소송이 줄줄히 이어질겁니다. 글쓴 이의 권리를 보호해주기 위해, 사회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권리침해신고센터로 접수된 임시조치 요청을 묵살했다. 명분은 좋으나 사법기관이 그 숭고한 뜻을 얼마나 높게 쳐주는지, 아니 설령 높게 쳐주더라도 구형이나 판결에 얼마나 반영을 할지 알 수 없습니다. 민사소송에서 포털이 유리할지 불리할지는 모르지만, 명예훼손 같은 건에 대해서는 사업자가 유리할 경우가 거의 없겠죠.

정당성 여부를 떠나서, 현실적으로 포털 사업자들은 소송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이랜드가 임시조치를 강요요청하는 것을 거부할 수 없습니다. 소송 당해보신 경험이 있는 분들이 얼마나 계신지 모르겠습니다만은, 한번 당하면 미치도록 피곤합니다. 돈은 둘째 문제고, 시간과 리소스의 낭비가 얼마나 심한지는 알고 계신가요? 이 빌어먹을 대~한민국에서 “법대로 하자 = 법정에서 만나자”는 것이 얼마나 피곤하고 소모가 극심한 빌어먹을 일인지 아신다면, 포털이 왜 이랜드같은 치졸한 기업의 요청이라도 무시하지 못하고 임시조치를 취하는지 조금쯤은 이해하실까 모르겠습니다.

저번 포스트에도 분명히 말했지만, 사용자들의 감정이 법과 상충되는 일이 많습니다. 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시면 법 개정을 하도록 국회의원들에게 압력을 넣으세요. 포털 사업자라고 기분좋게 이랜드 요청 들어주는거 아닙니다. 백년천년 정보통신부나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나팔 불면 뭐합니까. 대~한민국 정부부처가 포털 사업자의 주장이나 요청을 거리낌없이 기분좋게 수용해줄까요? 천하의 구글도 정통부가 까라는대로 까겠다고 하는 판에, 네이버나 다음? 중소 포털? 씨알이나 먹힌다고 생각하시면 한국 포털을 너무 과대평가하신겁니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건 포털이 아니라 국회의원들과 공무원들인데 말이죠.

참고로, 임시조치에 대한 사항은 전체 서비스 이용약관, 그리고 블로그 서비스 이용약관 상에 전부 반영되어있는 사항입니다. 서비스 개설시 이용약관에 동의해야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위에 링크한 기사의 제목, “포털, 블로그 글 동의없이 마구 삭제”는 틀린 얘기입니다. 이용약관에 분명히 특정 조건에 해당할 경우 – 이 조건에는 보통 ‘다른 이용자 또는 제 3자의 저작권 등 기타 권리를 침해하는 내용인 경우’라는 조항이 포함되어있습니다 – 사전통지없이 삭제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있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법을 개정시키고, 법령에 영향을 받은 이용약관을 개정시켜야합니다. 단순히 현재 규정되어있는 프로세스를 실행하기만 하는 포털들 욕해봤자 바뀔 꺼 하나도 없습니다. 여전히 이랜드 같은 개망나니는, 꼴에 ‘권리자’라고 마구 공문 날릴 것이고, 포털 담당자는 욕을 욕을 하면서도 처리해줄 수 밖에요. 별 수 없다니까요. 정말.

생각해보니, 이 글도 이랜드를 개망나니라고 비난했기 때문에, 이랜드가 티스토리에 권리침해(명예훼손)로 삭제 요청을 하면 블라인드 처리될 수도 있겠습니다. 어이쿠 무서워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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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너른호수

2004년부터 모 포털 사이트 알바로 시작한, 취미로 하던 웹질을 직업으로 만든 일을 굉장히 후회하고 있는 이메일 서비스 운영-기획자 출신 앱 PM(?)-SI 사업PM. 메일쟁이로 지낸 15년에 치여 여전히 이메일이라면 일단 관심이 갑니다. 버팔로이자 소원이자 드팩민이고, 혼자 여행 좋아하는 방랑자. 개발자 아님, 절대 아님,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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