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이 미네르바의 IP를 제공한 것이 불법?

“포털 다음, 미네르바 신상정보 불법유출 의혹 해명해야” [미디어오늘 | 2009-01-09]

다음 아고라에서 활동하던, 미네르바로 추정되는 사용자가 긴급체포되어 구속영장이 신청된 상태이고, 오늘 구속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된다고 합니다. 왜 온라인 문제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마약·조직범죄수사부에서 다룰까 하는 문제는 빈츠님의 글에 잘 정리되어있으니 참고하시는게 좋겠습니다(요약하자면 서울중앙지검 제3차장검사님께서 고검장 후보군에 속해계시다고…).

이와 관련하여, 어제 한국인터넷기자협회에서 성명을 내고, 다음커뮤니케이션이 현행법을 위반하면서까지 미네르바의 개인신상정보 및 접속 IP 기록을 검찰에 제공했다면서 규탄하였습니다. 다음이 왜 그랬을까요? 아마추어도 아니고.

인터넷기자협회에서 근거로 든 것은 “전기통신사업법 제54조(통신비밀의 보호)”입니다.

제54조 (통신비밀의 보호) ①누구든지 전기통신사업자가 취급중에 있는 통신의 비밀을 침해하거나 누설하여서는 아니된다.
②전기통신업무에 종사하는 자 또는 종사하였던 자는 그 재직중에 통신에 관하여 알게 된 타인의 비밀을 누설하여서는 아니된다.
③전기통신사업자는 법원, 검사 또는 수사관서의 장(군 수사기관의 장, 국세청장 및 지방국세청장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 정보수사기관의 장으로부터 재판, 수사(「조세범처벌법」 제11조의2제1항, 제4항 및 제5항의 범죄 중 전화, 인터넷 등을 이용한 범칙사건의 조사를 포함한다), 형의 집행 또는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한 정보수집을 위하여 다음 각호의 자료의 열람이나 제출(이하 “통신자료제공”이라 한다)을 요청받은 때에 이에 응할 수 있다. <개정 2002.12.26, 2007.1.3>
1. 이용자의 성명
2. 이용자의 주민등록번호
3. 이용자의 주소
4. 이용자의 전화번호
5. 아이디(컴퓨터시스템이나 통신망의 정당한 이용자를 식별하기 위한 이용자 식별부호를 말한다)
6. 이용자의 가입 또는 해지 일자

이 조항은 소위 말하는 범죄수사를 위한 “통신자료제공요청”을 규정한 것으로 응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별도의 처벌규정이 존재하지 않으며, 과태료가 부과되는 것도 아닙니다. 즉, 전기통신사업자는 요청을 무시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국가의 수사 기관이 적법한 절차를 밟고 요청한 것에 대해, 회사 또는 담당 직원의 양심에반한다는 이유만으로무작정 거부하기가 힘든 것도 현실입니다.

그리고, 인터넷기자협회에서 심각한 오류를 범하고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검찰이 미네르바의 IP 주소를 확보한 데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 인기협은 “전기통신사업법 상 수사기관이 요청할 수 있는 자료는 △이용자의 성명 △이용자의 주민등록번호 △이용자의 주소 △이용자의 전화번호 △아이디(컴퓨터시스템이나 통신망의 정당한 이용자를 식별하기 위한 이용자 식별부호를 말한다) △이용자의 가입 또는 해지 일자 등으로 IP는 법에 명시된 요청 대상이 아니다”라며 “IP 주소 전체를 수사기관에 자발적으로 제공했다면 이는 오히려 전기통신사업법 제54조 위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접속 IP 기록의 제공은 인터넷기자협회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전기통신사업법에 규정되어있지 않아 기사 내용만 보면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심각한 불법 행위를 한 것처럼 비추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터넷기자협회에서 간과한 것은 “통신비밀보호법”의 존재입니다.

제2조 (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11. “통신사실확인자료”라 함은 다음 각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전기통신사실에 관한 자료를 말한다.
마. 컴퓨터통신 또는 인터넷의 사용자가 전기통신역무를 이용한 사실에 관한 컴퓨터통신 또는 인터넷의 로그기록자료

제13조 (범죄수사를 위한 통신사실 확인자료제공의 절차<개정 2005.5.26>) ①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수사 또는 형의 집행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전기통신사업법에 의한 전기통신사업자(이하 “전기통신사업자”라 한다)에게 통신사실 확인자료의 열람이나 제출(이하 “통신사실 확인자료제공”이라 한다)을 요청할 수 있다.
②제1항의 규정에 의한 통신사실 확인자료제공을 요청하는 경우에는 요청사유, 해당 가입자와의 연관성 및 필요한 자료의 범위를 기록한 서면으로 관할 지방법원(보통군사법원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 또는 지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다만, 관할 지방법원 또는 지원의 허가를 받을 수 없는 긴급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통신사실 확인자료제공을 요청한 후 지체 없이 그 허가를 받아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송부하여야 한다. <개정 2005.5.26>

즉, 전기통신사업법만 놓고 보면 접속 IP의 제공 자체가 불법 행위로 판단하기 쉬우나, 다른 법률인 통신비밀보호법에 규정되어있기 때문에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자료 제공은 불법이 아닙니다.

물론, 통신비밀보호법의 저 규정 또한사업자가 응하지 않는다고 해서 처벌이 명문화되어있지는 않습니다. 전기통신사업법에서 통신자료제공을 거부한다고 해서 형사적으로 어떠한 책임이 부과되지 않는다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했듯이, ① 국가의 수사 기관이 적법한 절차를 밟고 요청한 것에 대해, 회사 또는 담당 직원의 양심에반한다는 이유만으로무작정 거부하기가 힘든 것이 현실이고, ② 전기통신사업법 및 통신비밀보호법을 근거로 요청한 통신자료 혹은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요청이 거부당할 경우, 수사기관은 압수·수색이라는 최후의 강제 집행 수단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개인 혹은 시민 단체라면 모를까, 압수수색까지 진행되는데 버텨낼 수 있는 회사가 도대체 이 세상에 몇 곳이나된다고 생각하는겁니까?

제가 개인적으로 미네르바에 대한 검찰의 구속 영장 청구, 그리고 약 10분전(1월 10일 오후 6시 15분 경)에 법원이 구속 영장을 발부한 것은 미네르바에 대한 정부의 열폭으로, 그 사람이 진짜던 가짜던 정부는 qt 인증했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과는 별도로, 정부를 까려면 제대로 된 근거를 가지고 까야되고, 또, 법이 qt 인증을 하던 뭘 하던 간에 현행법상 규정된 적법한 절차에 의해 요청된 자료를 사업자가 적법하게 제공한 것을 가지고 사업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건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이런 일 있을 때마다 말하지만 허술한 근거를 가지고 까봤자 역공의 빌미를 제공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니까요. ⓣ


# 2009. 1. 11 추가.

1. 성명서에 있는 내용 중…

<뷰스앤뉴스>보도에 따르면, <미디어다음> 측 관계자는 “현행 통신법상 검찰이 수사상 필요하다며 IP 등을 요구하면 영장없이도 제출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이를 거부하면 형사처벌을 받도록 돼 있다”라고 주장..

이 부분의 원문은 뷰스앤뉴스 기사에 있군요.

다음측은 또 “현행 통신법상 검찰이 수사상 필요하다며 IP 등을 요구하면 영장없이도 제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를 거부하면 형사처벌을 받도록 돼 있다”고 덧붙였다.

용어가 혼용되지 않았다는 전제하에, 다음 관계자의 위 발언은 맞는 부분도 있고, 틀린 부분도 있습니다.

① 검찰이 수사상 필요하다며 IP 등을 요구하면 영장없이도 제출할 수 밖에 없는 상황
  : 맞습니다. 통신비밀보호법에 의한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요청은 “영장”이 아니라 “법원의 허가서를 첨부한 요청서”입니다. 강제 집행임을 증빙하는 “영장”과 강제성이 명시적으로 수반되지 않는 “요청서”는 그 레벨부터가 다릅니다.

② 이를 거부하면 형사처벌을 받도록 돼 있다
  : 틀립니다. 통신비밀보호법과 전기통신사업법 공히 제출하지 않더라도 명시적인 처벌 규정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2. 또 성명서에 있는 내용 중…

또한 앞서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다음 관계자가 “미네르바와 연락을 취했을 때 미네르바가 자신의 신원에 대해 어떠한 정보도 제공하지 말라고 요청했다”며 “체포된 인물이 미네르바가 맞는지 아닌지에 대해 어떤 답변도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즉 당사자인 미네르바가 다음 측에 자신에 대한 신원 정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하지 말라고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미디어다음은 임의조항인데도 당사자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미네르바의 관련 정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했다면 이것이야말로 위법적 행위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도대체 이 단체는 성명 발표하기 전에 법조문부터 뒤져볼 생각은 전혀 안 해봤는지 모르겠군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4조의2(개인정보의 제공 동의 등)에서 이미 예외 사항으로 제껴둔 사항입니다.

제24조의2 (개인정보의 제공 동의 등) ①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려면 제22조제2항제2호 및 제3호에 해당하는 경우 외에는 다음 각 호의 모든 사항을 이용자에게 알리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의 사항이 변경되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

제22조 (개인정보의 수집ㆍ이용 동의 등) ①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이용하려고 수집하는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모든 사항을 이용자에게 알리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의 사항을 변경하려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
1. 개인정보의 수집ㆍ이용 목적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항목
3. 개인정보의 보유ㆍ이용 기간
②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제1항에 따른 동의 없이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수집ㆍ이용할 수 있다.
1. 정보통신서비스의 제공에 관한 계약을 이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개인정보로서 경제적ㆍ기술적인 사유로 통상적인 동의를 받는 것이 뚜렷하게 곤란한 경우
2. 정보통신서비스의 제공에 따른 요금정산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3.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

제22조제2항제3호,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 덕분에 전기통신사업법 및 통신비밀보호법 상 통신자료 제공요청 및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요청이 성립되는 겁니다.

제발 정부 삽질하는 거 깔 때는 제대로 준비해서 까주세요… –;

5 댓글

    1. 명색이 언론인이라면 보다 더 면밀히 조사해서 근거를 가지고 비판을 해야할텐데 말이죠.

      또 이게 일개 기사가 아니라 무려 ‘인터넷기자협회’라는 단체의 성명으로 나왔다는 것에서 할말을 잃었습니다. –;

  1. 요즘 이런 사건도 있었군요! 정확하고 면밀한 정보 감사합니다.
    기자의 생명력은 정확한 자료 조사 능력이군요. 법적인 문제라면 일단 법조항부터 정확히 조사하는 것은 필수일텐데요……… 해당 분야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해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문제였을텐데요………. 음.

    매사 흥분하기보다는 침착하고 깊이 있는 조사부터. 기자분들께서 언론의 특성상 시간에 쫓긴다는 것은 이해합니다만, 그래도 좀 더 분발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1. 그러게나 말입니다.

      문제는 이번 인터넷기자협회의 헛발질은 단순한 오보 기사를 내는 차원이 아니라 잘못된 근거를 가지고 무려 성명서까지 발표하는 안드로메다행 헛발질이었다는게 문제죠… 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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