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진입 불가는 위피 때문?

By | 2008년 08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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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5일에 추가 발표된 애플 아이폰3G의 발매 국가 리스트에서 한국이 또 빠졌다는 얘기가 있네요. 이쯤 되면 연내 출시는 물 건너 갔다라고 볼 수 밖에 없겠습니다. 아이폰 3G 발표시 밝혔던 출시 로드맵에서도 그렇고.. 지금 와서 출시 발표를 하더라도 물량 수급, 전자파 인증 등 해결해야할 것들이 한두가지가 아닐테니 말입니다. 그런데, 과연 아이폰 3G의 국내 미출시가 쉽게 말하듯 위피(WIPI·Wireless Internet Platform for Interoperability)만의 문제일까요?

제가 모바일쪽에 잘 알지 못해서 쉽사리 얘기하긴 어렵겠습니다만, 일단 위피가 문제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은 인정할만합니다. 애플은 “수정 못한다”, 정부쪽에서는 “위피 탑재없이는 출시 못한다”는 의견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는 것이 표면적이고, 대표적인 이유로 보입니다.

조금 더 아시는 분들은, 이통사의 폐쇄적인 정책을 문제삼습니다. 한국 이통사들의 폐쇄성 하면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 야구 대표팀이 금메달을 획득한 것 이상으로 유명하죠. 여기서도 애플은 “이통사 입맛대로 수정못한다”, 이통사는 “울 회사 요구사항에 맞추지 않으면 출시 못한다”식이겠죠? 농담처럼 합성하긴 했는데, 이통사 요구사항에 맞추다보면 https://widelake.net/172 같은 꼴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도 없습니다. 물론 설마 그렇게까지 하겠냐만은…. 거기에 겉으로는 오픈마인드 같으면서도 폐쇄성을 따지자면 한국 이통사 저리가라 레벨을 자랑(그렇게 빗발치는 항의에 컴플레인을 당하면서도 여전히 iTunes Store는 굳게 걸어잠겨있다죠. 키득)하는 애플이니 더더욱(아이폰과 아이팟터치에 모바일 사파리외 다른 브라우저 및 자바, 플래시 설치를 라이센스 규정으로 막아두고 계시지요).

자, 까놓고 말해 애플은 표면적으로 불거진 두가지 저항을 극복할 힘 또는 요령이 없지 않습니다. 아닌 말로 위피야 꼼수 부려서 슬쩍 얹어도 패스고, 이통사야 요구 사항 적당히 들어주면서 결국 애플 뜻대로 움직일만한 머리 정도야 있지요. 애플이 결코 순진하고도 정공법적인 전략을 구사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거기에 이통사는 애플과 싸울 때조차 사용자들의 응원을 절대 얻어들을 처지가 못되니 네고를 치면 칠수록 입장이 불리해지니까요.

그러나 애플이 그런 힘을 쓰거나 요령을 부릴 의지가 있었다면, 애플 아이팟 시리즈가 국내에 정식 출시되던 시점부터, 혹은 출시 시점으로부터 멀지 않은 시기에 이미 iTunes Store Korea를 열었을 겁니다. 아이팟은 아이팟 단말 본체와 iTunes 소프트웨어, 그리고 iTunes Store가 정확하게 균형을 이뤄줘야 진정한 위력을 발휘합니다. 특히 한국처럼 CD라곤 절대 안 사는 나라에서 간편한 결제를 통한 유료 음원의 공급이 이루어짐은 단말 보급에 있어 거의 필수적인 사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견으로, iTunes Store가 없는 아이팟은 극단적으로 말해, iTunes 소프트웨어는 무거워 터졌고(거기에 지멋대로 퀵타임도 같이 깔아버리고!), ID3 태그를 거의 편집증적으로 정리하는 버릇이 안 들은 “일반 사용자”들에게는 그저 디자인만 훌륭한, 음질도 그저 그런 그냥 MP3 플레이어에 지나지 않습니다. 3개의 축에서 한개가 빠져버린 아이팟은 디자인과 UI를 제외하고 “음원을 재생하는 기기”로써의 가치는 높게 쳐줄래야 쳐주기가 힘듭니다(개인적으로 아이팟 터치의 갑갑한 음질에 지쳐 17만원 주고 삼성 YEPP YP-P2를 하나 구입했습니다). 디자인과 UI가 이노베이션인 건 좋지만, 기기 카테고리의 본질로 따져본다면 과연 아이팟이 그렇게까지 훌륭한 기기일까요? 한국의 상황에서 말입니다.

DRM 문제 때문에 iTunes Store가 안 들어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애플은 DRM 문제 때문에 시비걸기도 힘든 것이, iTunes Store의 음원들은 전부 FairPlay 2가 걸려있잖아요? DRM 문제는 핑계고…. 요즘 한국내 음원 판매사이트들은 가격이 천편일률적이라 그렇지 DRM 프리 상품이 나오고 있고, 한번 다운로드받은 음원으로 자신이 가진 모든 기기에 전송할 수 있으니 iTunes Store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더 나을 수도 있겠군요. iTunes 소프트웨어에 음원을 다시 올려서 전송하는 번거로움만 감수한다면 말이죠. iTunes+iPod의 최대 강점인 iTunes 소프트웨어 내에서의 원스탑 서비스가 없는 상태인데, 애플은 지금까지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해결할 의지가 눈꼽만치도 없어보입니다. 하긴, 애플은 최대한 수익배분에 있어 유리한 입장에 서려고 하고 있으니 기존 MCP 등을 통해서 공급받으면 수익배분에서 불리해지고, 그렇다고 닥치고 각 음원권리자들에게 개별 접촉해서 받아내자니 시간과 돈이 문제고, 또 음원권리자들은 기존 MCP에만 공급해도 충분히 떡고물이 흘러넘치니 MCP랑 얘기하세요 이럴 수도 있겠군요.

결국 iTunes Store가 한국내에서 런칭되지 않는 것은 애플의 힘이나 요령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들어올 의지가 없는 겁니다. 시장 규모도 작은 편이고(물론 저한테 월급 주시는 분 말씀대로 아이팟 터치만 10만대가 깔려있다면 당장의 시장 볼륨보다 가능성을 보고 덤비겠지만), 그나마 작은 시장도 불법 음원으로 괴멸 상태에 있다가 근래 아주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편이고… 그 와중에도 이통사니 MCP니 음원권리자니 하면서 밥그릇 다툼을 한다 싶으니까 애플이 굳이 iTunes Store를 오픈할 의지가 없는 겁니다.

아이폰의 미출시도 거의 비슷한 맥락입니다. 시장의 절대적 크기는 작은데, 아무리 작아도 출시 예정국 리스트에 들어있는 도미니카 공화국, 자메이카, 니카라과 같은 곳보다 작겠냐구요. 시장 크기도 한 요인이지만, 그것보다는 그 작은 시장에서 출시하기 위해 넘어야할 산이 지나치게 많다는게 문제입니다. 아이폰의 경우는 그것이 위피보다 이통사의 정책과 애플이 충돌하는 것의 비중이 높다는 얘기죠. 무선랜 탑재부터 이것저것 걸리는게 한두가지가 아니고, 또 울 나라 이통사들은 단말 제조업체한테 끌려다니는 것보다는 끌고 다니는 걸 훨씬 선호하시는 분들이신지라, 애플이 뻗대니 협상 중단, 재개, 중단 뭐 계속 이러고 있겠죠. 그 중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통화료 배분”이 되겠구요. AT&T와의 계약처럼 단말기당 얼마 지급으로 끝나지 않고 통화료의 몇퍼센트를 내놔라라고 애플이 요구한다면 한국 이통사가 절대 들어줄 수 없지 않겠어요?

애플이 지금까지 해온 걸로 봐서는 갑자기 순한 양으로 돌변해서 “다 들어줄테니까 출시만 하게 해줘”라고 저자세로 나올 이유도 없고(아니, 애플이 뭐가 아쉬워서?), 특별한 돌발 변수가 없는 한, 설령 위피 강제 탑재 의무가 해제된다 하더라도 당분간 국내 아이폰 3G 출시는 요원하리라 보입니다. 뭐, 전 그 단말 자체에 관심이 없으니 나오던 말던, 이거지만요.

그나저나 아이팟 터치 이거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이군요. 옙 P2 사고 나서는 전원도 안 켜봤으니. ⓣ

Author: 너른호수

2004년부터 모 포털 사이트 알바로 시작한, 취미로 하던 웹질을 직업으로 만든 일을 굉장히 후회하고 있는 이메일 서비스 운영-기획자 출신 앱 PM(?)-SI 사업PM. 메일쟁이로 지낸 15년에 치여 여전히 이메일이라면 일단 관심이 갑니다. 버팔로이자 소원이자 드팩민이고, 혼자 여행 좋아하는 방랑자. 개발자 아님, 절대 아님, 아니라고!

16 thoughts on “아이폰 진입 불가는 위피 때문?

  1. Pingback: niceThink

  2. msz006

    동의합니다. 위피가 문제의 핵심인양 생각하여 정부 정책을 비난하는 분들은, 뭔가 잘못생각하시는거에요. 위피 정책이 문제가 있는건 이 껀과는 별개의 일이고, 아이폰이 안 들어오는건 애플과 이통사의 정책 문제라고 봐야 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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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빨빤

    정책문제…정확하게는 수익배분문제가 크죠. 애플이 독점적으로 수익을 얻고 있는 iTunes store 에 대해 서로간의 입장차가 크기 때문에 풀리지 않는 숙제와도 같습니다. 위피야 뚫으려면 뚫지만-_-;;;
    뉴스들과는 다르게 아이폰은 나오지 못한다에 대부분이 동의를 하는 상황입니다. 나오더라도 지극히 제한적으로만 나올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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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너른호수 Post author

      그러게요. 대체적으로 언론쪽과는 다르게 대세는 “아이폰 올해는 죽어도 안 나온다” 분위기… 애플 입장에서는 제한적으로 내느니 안내는 걸 선호할 수도 있겠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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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ㅂㄹ

    헐 지금 아이튠과 아이팟을 공격하다니 님 제정신!?
    나의 분노의 응징을 받으쇼 (슉)
    음장질을 하느니 이어폰을 조흔거 쓰라규!!!!!
    >> iTunes Store의 음원들은 전부 FairPlay 2가 걸려있잖아요?
    요샌 체감상 한 3-40%는 iTunes Plus인 것 가트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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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너른호수 Post author

      이어리시버로 1만3천엔짜리 쓰면 됐지 그 이상 비싼 걸 쓰라는거냐? -_-
      1.3만엔짜리 리시버로 알립이나 옙 듣다가 그 리시버 그대로 아이팟에 꽂으면 님의 이론 따윈(..
      그리고 이 블로그는 원래 애플 안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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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ㅂㄹ

      ER4P 정도는 써주라규 ‘ㅅ’
      물론 전 돈이 없어서 못삽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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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AAOhno

    7천원짜리 컴퓨터용 헤드셋(앱솔루트)를 핸드폰 변환 단자 연결해서 가끔 음악듣는 나에게는 포스팅 그리고 리플조차 이해가 안가는 것들뿐 냐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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