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delivery: Korea golden vs. Cuba

By | 2008년 08월 24일

Perfect delivery: Korea golden vs. Cuba — 2008-08-23 MLB.com

MLB.com의 마크 뉴먼 기자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야구 우승 소식을 알리면서 뽑은 제목입니다. 부제는 “Missing in ’04, team has 9-0 Olympics on Ryu, Lee’s shoulders”라고 뽑아놨군요. 한국대표팀이 겪었던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의 실패, 그리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의 환희가 오버랩되었겠죠.

기주가 불을 질렀던 미국과의 1차전, 답답하리만큼 안 풀리던 중국과의 2차전, 타격이 어찌 이리 안 풀리나 싶다가 정근우의 솔로홈런 한방으로 끝내버린 캐나다와의 3차전, 이유야 어찌 되었던 간에 절대 지고 싶지 않았던 일본과의 4차전, 초반 쉽게 풀리나 했더니 역시나 기주가 불질러서 시껍했던 대만과의 5차전, 져도 그만이라고 포기하다가 의외의 완승으로 속 시원했던 쿠바와의 6차전, 콜드게임으로 쉽게 끝나긴 했으나 그 콜드게임이 8회에나 이뤄졌던 네덜란드와의 7차전……. 예선 풀리그에 이어, 엊그제부터의 본선 토너먼트…

삽질하던 승엽형님이 사실은 일본팀 무덤을 파고 있었다는 것을 홈런 한방으로 증명해버린 준결승… 그리고 ‘사실은 주심이 작가’라는 파문을 일으킬뻔 했던 쿠바와의 결승전…….. 한 경기, 한 경기가 손에 땀을 쥐다 못해 몇번씩 씻게 만들고, 경기당 수명 한 10년씩은 줄인 듯 한 숨막히는, 그리고 조마조마한 경기들이었지만… 어제의 결승전은 그동안 브레이크가 고장난 한국발 폭주 기관차가 결국 승리를 거둔, 비단 한국인이 아니더라도 정말 야구의 재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게 하던 명승부였습니다.

질 듯 질 듯 하면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기어코 승리를 움켜잡은 선수단에게 정말 무한한 축하와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농담 한마디 안 보태고, 제가 본 모든 야구 경기 중 가장 가슴 뭉클하고, 수천번을 다시 보고 싶고, 죽을 때까지 기억에 남을 경기입니다. 이겨서 그렇겠지만, 마지막까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로 한국팀을 몰아붙였던, 상대편이 해줘야할 걸 대신 해주신 주심 양반도 이제는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대신 다음에 만나면 강민호 선수는 피해다니셔야겠습니다. 어제 덕아웃 벽으로 날아갔던 포수 미트가 님하 면상으로 날아갈 수도 있슴다-_-).

달감독님… 엔트리 발표할 때 윤석민을 탈락시키면서 있는대로 사람 속을 긁어두더니… 사실 예선 풀리그에서도 은근히 투수 교체 타이밍 안 맞는 게 대타 성공율 50%라는 것에 가려져서 그렇지, 여러가지로 사람 괴롭게 하더군요. -_-; 그래도 좋은 결과 내주셨으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윤석민 초반에 탈락시켰을 때 썼던 포스트에서 얘기한 것과는 달리 결국 임태훈을 빼고 윤석민을 넣었던 결단을 내려준 덕분에, 우리 KIA의 에이스께서 후반기를 잘 이끌어나갈 수 있을 것인가.. 차라리 푹 쉰 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우려가 있긴 하지만, 어떻게 생각해보면 경기 감각도 감각이고, 아직 조금 모자라긴 하지만 국제 무대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남은 시즌, 프로야구판 초토화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KIA 선수 중 출전한 윤석민, 이용규, 한기주…. 우리 석민이하고 용규의 200점 만점 활약은 말할 것도 없지만, 기주가 의기소침할까 걱정이군요. 컨디션도 좋았고, 구위가 썩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았지만, 국내 무대에서도 뿌리는 볼마다 100일 목욕재계라도 한 듯한 아주 깨끗한 것이 한가운데로 들어갈 때 애간장을 녹이는데, 역시 경험많고 힘있는 애덜한테는 구속이 빨라봤자 줘터지기만 한다… 라는 사실을 깨달았길 바랍니다. 어디선가 본 대목인데, “지저분하다”라는 말이 칭찬으로 쓰이는 유일한 종목이 야구라고 하던가요. 미국식으로 movement가 없으면 그냥 배팅볼… 또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의 조합이 있어줘야 패스트볼의 위력이 더 살아난다는, 100년전 야구 교과서에서나 나올 법한 아주 평범한 진리를 체득할 아주 좋은 기회였으니, 앞으로 기대 더 해보겠습니다. 해단하기전에 선배들 볶아서 써클체인지업을 배워보는 것도 좋겠지요. 각도 큰 커브도 좋겠구요.

길다면 긴, 짧다면 짧았던 올림픽이 끝났습니다. 결과적으로 야구 대표팀의 금메달이 한국의 베이징 올림픽 마지막 금메달이 되었네요. 뭐, 어제 태권도에서도 한개를 추가했으니 야구 금메달이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겠지만, 12개 이상 따면 마티즈 88대 푼다던 롯데백화점의 이벤트 기획자는 시말서 좀 써야할 듯(…). 뭐, 당연히 보험 들어놨을 꺼고 그건 또 재보험 들어놨으니 괜찮겠죠. ㅋㅋ

당장 내일 모레부터 다시 시즌 시작이군요. 올 시즌 한국 프로야구도 나름 재미있어서 MLB 덜 보게 되었는데, 이거 올림픽 이펙트 때문에 보스턴이 털리던 말던 절대 신경 안 써지게 되었으니 큰일 났습니다(당장 오늘 토론토에게 11-0으로 털렸군요 -_-). 와일드카드로는 나갈 성 싶으니 그쯤이나 기대해볼까나요. 지금은 우선 KIA 4강에 들어가길 기원하면서. 🙂

Nine starting players. Nine games. Nine wins. Perfect.

Author: 너른호수

2004년부터 모 포털 사이트 알바로 시작한, 취미로 하던 웹질을 직업으로 만든 일을 굉장히 후회하고 있는 이메일 서비스 운영-기획자 출신 앱 PM(?)-SI 사업PM. 메일쟁이로 지낸 15년에 치여 여전히 이메일이라면 일단 관심이 갑니다. 버팔로이자 소원이자 드팩민이고, 혼자 여행 좋아하는 방랑자. 개발자 아님, 절대 아님, 아니라고!

4 thoughts on “Perfect delivery: Korea golden vs. Cuba

  1. ㅂㄹ

    Killed In A…. (ry
    ..라고 적으려고보니 차단이래 ㄱ- 그래서 왜 차단이야!!! 라고 적으려고 보니 영어환자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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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초건전인

    오늘 석민(전)어린이 6.2이닝 퍼펙트로 우려 불식 ㄲㄲ
    조만간 한 번 보러 갑세. 우왕.
    9월 12-14일 주말에 잠실에서 두산과 3연전함. 우왕. 미리미리 예매해야 할 듯?!
    동의하면 메신저로 알려주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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