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와 구단들은 그 "시기"가 언제인지 밝혀라

By | 2009년 12월 04일

[2009-12-04] 스포츠조선 – 프로야구 노조생기면 어떤 변화가?
프로야구 선수협의회가 선수노조로의 변모를 위한 1차 관문, 선수협 선수들의 투표를 통해 선수노조의 설립을 가결했습니다. 이 와중에 대구 S모 구단, 서울 L모 구단 소속 선수들은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만, 뭐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었고, 납득하긴 어렵지만 기권도 일종의 의사 표현 방법이라고 하니 넘어가지요. 의결 정족수는 넘겼으니.
물론 전체 투표권자의 35%만이 찬성했기 때문에 대표성에 의문을 제기한 몇몇 언론사들이 있었습니다만, 그런 논리라면 전체 유권자의 29.6% 지지만을 확보하신 우리 총통가카는 어쩌라구요. 넘길 수 있는 건 넘겨야죠. 어째 됐던 의결 정족수는 넘겼으니 문제될 건 없습니다(되려 두개 선수단이나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의결 정족수를 넘긴 것이 더 용하구만).
자, 20여년 선수들의 단체 결정에 결사적으로 반대해온 KBO와 구단들은 이번에도 또 식상하기 그지 없는 “시기 상조”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노래도 3번 반복하면 지겨울 판에 참 징그럽게 써먹는군요. 근성 있어서 좋아요. 그러면 물어봅시다. 그럼 그 적합한 “시기”는 대체 언제입니까?
KBO/구단측에서 내세우는 명분은 두가지 정도가 있습니다.
① 야구 선수들은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노조를 결성할 수 없다: 제발 몇분도 안되어서 뽀록날 소리 좀 자제효. 야구팬들은 법 공부하거나 법률 지식 있는 사람 없을 줄 알고 그리 싸대는거임?
대법원 판례 1993.05.25 선고 90누1731 [노동조합설립신고수리취소처분취소]를 보면 대법원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법상 근로자란 타인과의 사용종속관계하에서 노무에 종사하고 대가로 임금 등을 받아 생활하는 자를 말하고, 타인과 사용종속관계가 있는 한 당해 노무공급계약의 형태가 고용, 도급, 위임, 무명계약 등 어느 형태이든 상관없으며 사용종속관계는 사용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 지휘 감독관계의 여부, 보수의 노무대가성 여부, 노무의 성질과 내용 등 노무의 실질관계에 의하여 결정된다“라며, 개인사업자인 “골프장 캐디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라고 판시하였고, 이후 지금까지 이 판례에 대한 변경은 없었습니다. 대법원의 이 같은 판단은 판례와 같은 경우, 즉 개인사업자인 프로야구선수라 하더라도 “사용자와 노무 제공자 사이에 지휘 감독 관계 여부 등 노무의 실질 관계에 의하여 결정”되는 사용 종속 관계에 따라 노동조합법 제2조에서 정의한 “근로자”로써의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으며, 동법 제5조(노동조합의 조직·가입)에 의해 자유로이 노동조합을 가입하거나 조직할 수 있습니다. 이상일 사무총장 그리 안 봤는데 거시기하네요.
② 적자투성이 구단 운영하는데 시기 상조다: 대체 그 “시기”라는게 언제인지 묻고 싶습니다. 한 100년 뒤?
까놓고 말해서 현재의 적자 구조를 선수들이 만들었습니까? ①수익 창출할 수 있는 장치도 없어, ②해결하려는 의지도 없어, ③지들 모기업 돈 벌려고 할 때는 그렇게 잘하던 로비도 야구 비지니스할 때는 “우리가 언제 로비 같은거 했니” 하는 식으로 깨끗한 척 하며 할 의사도 전혀 없어, ④FA 도입되니까 보상금 욕심에 선수들 성적이 좋건 나쁘건 FA 자격 요건 갖추는 해에는 연봉 미친듯이 올려놔… 기타 등등. 이거 선수들이 만든 겁니까? 구단들이 만든거 아닌가요? KBO 허수아비 만들어 놓은 다음, KBO 압박해서 선수협 무시하고 의견 안 들어주고, 이거 구단 의지 아님?
애초에 노동조합을 대하는 태도가 적대적인 것은 재벌 기업들의 기본적인 스탠스인 건 알겠는데, 당신들이 그리 앨러지 반응일으킬 정도로 전투적으로 노조가 나가는게 누구 탓인데요. 언제 근로자들 요구 속 시원히 들어나 준 적이나 있으면서 그리 얘기하는건지 도무지 모르겠네?
대체 그 “시기”라는게 언제냔 말입니다. 뭔가 미친듯이 해서 똔똔 맞춰놓으면 “아직 수익이 안 나니까 시기상조다” → 수익 나기 시작하면 “이제 막 흑자 눈꼽만치 생기기 시작했으니 시기상조다” → 안정적으로 수익 구조 정착되어 흑자 구단이 널려있고 어떤 구단이던 손해보면서 운영하던 시기가 그저 전설일때는 “메이저리그도 76년 지나서 노조를 설립했으니(1876년 내셔널리그 창설, 1952년 선수노조 설립) 시기상조다. 50년 더 기다리셈.”라는 레퍼토리가 안봐도 Full HD네요. 그냥 싫은거잖아.


선수협 손민한 회장도 그렇고, 몇억씩 받는 선수들은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노조 안해도 되요. 되려 근로자로 인정받게 되면 ①세금만 더 내지, ②노조라면 앨러지 반응 보이는 구단들이 분명히 치졸하게 보복하지, ③심지어 가카도 싫어하시지, ④노조라면 일단 패고 보는 견찰/검새들도 구장에서 곤봉 휘두를지도 모르지/검새들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할지도 모르지, ⑤생각도 없이 가카/딴날당이 뭔 말만 하면 닥치고 찬양하는 무뇌국개들도 덤빌 것이지. 이런저런 이유로 피곤함이 몇십배 불어날 노조를 대갈에 총 맞은 듯 추진하는 건 그만큼 해야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 대화하는 시늉이라도 한번 하면 도저히 안되는거임?
아닌 말로, 애초에 노조 설립 추진한다고 보복하고 연봉 불이익 주고 2군 내려보내는 등… 사용자가 피사용자에게 실행하는 권리를 마구 휘두르면서 어떻게 피사용자에게 근로자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겠나는 “노조 인정 못해” 소리를 뻔뻔스럽게 하는지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네요? 당장 당신네들 하는 짓거리만 봐도 이미 노조가 설립되고도 남을 정도라고 생각 안하나? 개인사업자로 대우할꺼면… 아, 당신네들은 갑-을 관계에서도 하청사업자들 노예처럼 부려먹으니 그걸 적용한거군요. 이런 쉣다빡.
얼마전에 별세한 박용오 전 KBO 총재께서는 재직 당시 “노조 설립하면 프로야구 안하겠다“라는 뻐꾸기를 날려서, 개인적으로는 야구인들이 대체 왜 박용오 전 총재 별세 소식에 그리 슬퍼하는지 잘 이해를 못하겠더만, 10년이 지난 올해도 야구단 안하겠다는 말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내뱉는 “구단 관계자들”을 보며 “저 색히들은 대체…”라고 혀를 끌끌 차는 건 저만 그런겁니까. 퉷. ⓣ

Author: 너른호수

2004년부터 모 포털 사이트 알바로 시작한, 취미로 하던 웹질을 직업으로 만든 일을 굉장히 후회하고 있는 이메일 서비스 운영-기획자 출신 앱 PM(?)-SI 사업PM. 메일쟁이로 지낸 15년에 치여 여전히 이메일이라면 일단 관심이 갑니다. 버팔로이자 소원이자 드팩민이고, 혼자 여행 좋아하는 방랑자. 개발자 아님, 절대 아님,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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