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0일부로 제안되어 10월 31일부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되어있는, 한나라당 이한성 의원이 대표발의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이 있습니다.
통신비밀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hwp
통신비밀보호법은 그동안 시행되어온 임시우편단속법을 대체하여 1993년 12월 27일 최초 제정된 이후, 전기통신 서비스 등의 로그인/사용 기록을 통칭하는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에 대한 절차를 마련한 2001년 12월 29일 개정안, 전기통신 사업자에게 수사기관이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 요청을 하기 위해 필요한 허가서의 발급 기관을 지방검찰청 검사장에서 지방법원 판사로 변경한 2005년 5월 26일 개정안을 제외하고는 큰 맥락에서는 변화가 거의 없었던 법 중 하나입니다.
이한성 의원의 안도 전체적인 맥락에서는 큰 변화가 있다고 보기에는 어려우나, 세세한 부분에서는 실제 사업자들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그리고 통신 비밀의 보호를 그 목적으로 하는 통신비밀보호법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조항들이 존재합니다.
① 감청 대상 확대
우선, 감청대상에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및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관련 기술유출 범죄를 추가했습니다. 이는 소위 말하는 산업 스파이, 그리고 재직중인 회사의 핵심 기술을 빼내서 중국 등 제3자에게 판매한 뒤 도주하는 행위에 대한 견제 대책이며, 지금까지는 감청 허가 요건상 대상이 법령에 명시되어있지 않는 경우 감청 허가를 신청할 수 없기에 상기 두개 관련 범죄에 대해서는 감청이 성립되지 않아 전부 사후에 “압수수색검증”으로 처리되었습니다. 이 조항의 취지는 범죄에 대해 공세적으로 사전 차단을 하겠다는 뜻이 되는데, 자칫 잘못 쓰이면 핵심 인력의 단순 이직에 대한 방어에도 악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더군다나 현 정부는 비즈니스 후렌들리이거든.
②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 사실을 대상자에게 통신사업자가 통보
금융거래내역자료를 수사기관에 제공한 경우, 금융기관이 대상자에게 직접 통보한다고 하는군요. 그 내용을 통신사업자에게도 적용하겠다는 취지입니다. 물론 통지에 드는 비용은 수사기관에서 내겠다는데, 통지시 서면외 전자우편 등의 간편한 방법도 허용한다는 내용과 맞물려 생각해보면 수사기관에서 내는 돈은 거의 0에 가깝겠죠. 현행 법률에는 제13조의3(범죄수사를 위한 통신사실 확인자료제공의 통지)에서 통지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데, “누가” 하는지 빠져있습니다. 통상적으로 수사기관이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감청의 경우 수사기관이 하도록 되어있습니다), 이걸 아예 통신사업자에게 몽땅 뒤집어씌우겠다는 겁니다. 쪼~금 미안했던지 처벌규정은 없네요. 금융기관만큼만 돈 벌게 해주면 쪼~금 생각해보겠는데, 있는대로 리소스 부담만 늘어나고 대상자와 직접 컨택해야하는 통신사업자들은 욕만 더 먹으라고요? 싫습니다.
③ 통신제한조치 집행의 협조에 필요한 전기통신사업자의 장비 등 구비의무 신설
이번 개정안에서 가장 문제되는 조항입니다.
아. 통신제한조치 집행의 협조에 필요한 전기통신사업자의 장비 등 구비의무 신설(안 제15조의2, 제17조제1항제7호, 부칙 제4조 및 제15조의3 신설)
(1) 합법적 통신제한조치의 집행이 가능하도록 전화서비스를 제공하는 전기통신사업자 등에 대하여 필요한 장비 등의 구비의무를 부과하되, 장비 등을 운용함에 있어서는 권한 없는 자의 접근 방지, 접근기록의 관리 등 보호조치를 취하도록 함.
(2) 장비 등의 구비에 소요되는 비용은 국가가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함.
(3) 장비 등의 구비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는 10억원 이하의 범위 안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이행강제금을 1년에 1회에 한하여 부과할 수 있도록 함.
(4) 관련 표준의 개발 등에 소요되는 기간을 고려하여 이동전화사업자는 이 법 시행 후 2년 내에, 그 밖의 전기통신사업자는 4년 내에 장비 등을 구비하도록 하되,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방송통신위원장에게 신청하여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함.
감청을 위한 장비를 전기통신사업자가 의무적으로 구비하고 있어야한답니다. 그것도 그 비용에 대해서는 국가가 전부 또는 일부만 부담하시구요. 나머지는 전부 사업자 부담~ 결국 사용자가 서비스 이용 댓가로 지불하는 돈은 잠재적으로 자신의 통신 내용을 감청하기 위한 장비 도입에 사용될 수도 있다는 뜻이 되겠습니다. 저거 안하고 배째면? 1년에 10억원 이하의 이행 강제금이 부과될 수 있고, 계속 배째면 계속 매년 부과된답니다. 프하핫.
작년 정형근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이 비용이 국가 부담이었습니다. 이것에 대한 비판 여론이 형성되자 이번에는 이걸 사업자 부담으로 바꿔버린 겁니다. 국가가 수사 목적으로 이용하는 사용하는 장비에, 솔직히 까놓고 말해 수사기관들 껀수 올려주는 일에 왜 사업자가 돈을 써야합니까? 지금도 부지기수로 날아드는 통신자료제공요청, 통신사실확인자료제공요청, 압수수색검증 영장 회신하느라 인건비, 통신비용, CD비용, 종이비용, 토너비용에 더해 기밀 유지 위한 추가 비용 드는 판국에, 감청 비용까지 사업자가 내라? 아니, 수익자 부담 원칙은 어디 갔나요? 저거 열렬히 협조해주면 사업자들 세금이라도 깎아주나요? 아니면 소득 공제라도 해주나요?
통신의 비밀 권리는 어디로?
대한민국 헌법 제18조는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라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37조에서는 국가안전보장, 질서 유지 또는 공공 복리를 위하여 법률로써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일정 부분 제한될 수 있다고 얘기하고 있지요. 그러나, 같은 조에서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라고 제한을 둠으로써, 과도한 침해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수사 기관에서 설마 개인의 사리 사욕을 위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겠습니까만은, 이렇게 법령 개정을 통해 통신에 대한 국가 기관의 과도한 개입과 통제를 늘려나가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좋게 생각할 수 없습니다. 헌법 정신을 실천하려면 통신 비밀 보장을 일정 부분 제한하는 통신비밀보호법은 최대한 수사 기관이 통신 비밀을 어렵게 접하도록, 충분한 감시 장치와 견제 장치를 동시에 담고 있어야합니다.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요청의 허가권자를 검사장에서 지방법원 판사로 승격한 2005년 5월 26일 개정안, 그리고 국회의 통제를 명문화한 2001년 12월 29일의 개정안은 그런 취지를 미흡하나마 살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한성 의원이 대표발의하여 현재 법사위에 계류중인 현재 개정안은 도리어 통제와 견제보다는 수사 기관의 수사 편의성을 위한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다른 항목? 다 필요없습니다. 다른 조항에 아무리 번쩍번쩍 금칠해놔도 감청 장비 의무화 및 비용 사업자 부담 이 조항 하나로 통신비밀보호법 전체에 먹칠하는 꼴이 됐습니다(이 조항의 도입을 존내 간절히 원하셨던 어떤 수사 기관은 법 통과되면 파티라도 열겠군요. 풉). 숫제 이건 통신비밀제공법이라고 불려도 할말없는 조항입니다.
가뜩이나 수사 기관들이 처리 빨리 해내라고 재촉해대서 스트레스 있는대로 받는 판에(①일부 경찰들은 아랫사람 대하듯 말 슬슬 놓으면서 막장으로 나오더군요. 몇번 ‘내가 니 아랫사람이냐고요’ 라면서 쫑크주긴 했지만. ②모 경찰서는 범인 잡겠다고 한번에 수백명씩 가입자 인적사항 요청하는 곳도 있다능), 두통거리만 더 늘어났습니다. 아마 민주당에서 어떻게 태클을 걸지 몰라도, 한나라당에서 내부 배신만 없으면 현재 박영선 의원이 대표 발의한 통신비밀보호법상 압수수색검증에 대한 절차 추가 개정안과 병합하여 본회의 통과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법사위 위원장이 민주당 유선호 의원이라는 것이 여지를 남기긴 합니다만.
아직도 4년 3개월이나 더 남았다는 사실이 존내 서글픕니다. 젠장. ⓣ
법안이 통과 될까요? 통과 된다면.. 정말 쥐도 새도 모르게 끌려갈 일만 남았군요.
뭐 설마 저 개정안대로 100% 통과된다고 보긴 어렵긴 한데… 그래도 이 정부는 도무지 어디로 튈지 모르니…..
거의 그대로 통과될거 같은데요;;
언론에서도 크게 떠들지 않는거보면…방해물이 그닥;;;;;;;
위에 얘기했던 박영선 의원안도 있고, 또 조만간 C모 의원안도 올라갈 것 같습니다. 아마 병합 심사 등 때문에 처리가 미뤄질 듯 한데.. 그동안에 언론이고 협회고 어떻게든 대응을 해야겠죠 에휴 =3
또있어. 청소년보호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경찰국가 ㄱㄳ..
“이름만 바뀐 청소년 보호법, 그건 니네 검열제도 보호법” from L.I.E by DJ DOC. ㄲㄲ
저도 현정권 치가 떨리지만, 통비법 개정안은 선진국에서 일반화 되어 있는 내용입니다. 물론 완벽하진 않겠지만, 법적으로 제도적으로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미국 같은 경우 통신사업자가 비지니스를 하려면 감청관련 장비를 의무적으로 구비하고 있어야 한답니다.
네, 해외에서는 그렇게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통비법 개정안에서 굳이 저렇게 의무화하지 않더라도 지금 현행법으로도 충분히 감청 잘하고 있습니다. “장비가 없어서 감청 못한다”라는 얘기는 실무로 들어가게 되면 납득이 잘 안되는 얘기지요.
무엇보다도 다른 필드에서 통신사업자들을 있는대로 죄어대면서 수사에까지 사업자 돈 들여서 협조하라는 것 때문에 중뿔이 나 있는 것도 있습니다. 솔직히. 외국은 그렇게 감청장비 의무화시키지만 적어도 사업자들을 이토록 집요하게 괴롭히진 않잖아요. 쯥.
이법 통과가 그렇게 문제가 많은 법률인가요.
각종 흉악법죄나 산업스파이 잡자는 것 아닌가요. 잘 몰라서리..
윗 댓글에도 얘기했지만 “있는대로 사업자 죄어대면서 이런 것까지 사업자 돈 들여서 해내라”는 게 일단 거슬리구요.
또, 그런 목적으로만 수행되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그것을 구멍으로 이것저것 확대해나갈 것이 불문가지여서 그렇습니다. 3만원 들은 저금통 도둑 찾겠다고 휴대전화, 이메일 감청한다고 생각해보세요(지금도 그런 범죄자를 잡겠다고 로그인 기록을 요구한다니까요). 물론 그런 절도죄도 범죄고, 가능한 수사 수단을 동원해야할 수도 있겠지만, 범죄의 경중과 수사의 효율성을 따져보면 사실상 개인의 통신에 대한 국가의 과도한 개입이지요.
통비법 개정안은 그렇기 때문에 경계되는 것이고, 또 지금까지 큰 변화가 거의 없는 법률 중 하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성향에 따라 이런 식의 개정이 추진되는 건 우려할만한 상황이죠. 충분히.
통비법 개정안의 핵심은 감청의 수행 절차를 통신업체와 수사기관으로 분리했다는 것이죠. 어느 한쪽만의 의지로 감청을 수행할 수 없게함으로써 불법감청을 막자는 겁니다. 외국의 경우도 그런취지로 통신업체가 감청협조장비를 갖추도록 하고 있는 겁니다. 어떤 문을 열 수 있는 키를 2개로 함으로써 보안성을 높이는 경우와 같지요.
과거에 국정원에서 불법감청했잖아요. 이거 못하게 막고자 개정하려는 것이지요
합법적 감청 장비를 의무화한 것으로 불법 감청을 줄일 수 있다는 건 그다지 설득력이 있는 것 같진 않습니다. 장비의 유무를 떠나서 감청이 어려워서 불법 감청을 한다라고 하면 법적 통제를 벗어나겠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 밖에 되지 않지요. 결국 핑계에 가깝습니다.
‘2개의 키’ 효과라… 그것보다는 보다 편하게 하겠다는 모 수사기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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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기소대상자에게 서면통지시 1720원이 든다고 하는데.. 출처 아시는분 계신가요?
전 모르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