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마이클 잭슨의 “This is it” 영화(?)를 보고 왔습니다. 사망 직전까지 준비했던 “This is it” 투어의 리허설, 준비 과정 등을 수록한 다큐멘터리(?) 코멘터리(?) 영상이니 영화로 분류하기는 조금 애매모호합니다. 그래도 일단 극장에서 개봉한 영상이니 “영화”로 대충 분류할까요.
평소에 마이클 잭슨에 미친듯이 열광하거나 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영화 보고 “아..” 소리가 나올 정도로 뭉클한 무엇인가가 있었습니다. 집에 와서 이것저것 찾다보니 투어의 세트 리스트로 준비했던 트랙들을 모아 음반이 나와있더군요. 영화 제목과 동일한 “This is it”이었습니다. 트랙 리스트를 보니 영화에서 나왔던 순서대로 모여있더군요.
CD를 살까 하다가, 사기 전에 들어나보자. 기왕 들을꺼면 그냥 스트리밍보다는 구매해서 들어보자, 싶어서 평소 이용하는 벅스의 해당 앨범 페이지로 이동했습니다. 근데 무언가 보통의 앨범 페이지와 다른 빨간 색 글자가 새겨져있네요.
* 본 앨범은 권리사의 요청에 따라 개별 MP3 곡 구매는 불가하며, 전곡 다운로드만 가능합니다. (다운로드 쿠폰 사용불가, 캐시사용만 가능)
* 신곡 ‘This Is It’ 두 가지 버전의 감상은 MP3 다운로드를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라는 두가지 안내 사항이 명기되어있었습니다.
아니 뭐, 개별 MP3 곡 구매 불가능이야 그렇다 치겠습니다. 리마스터링이라도 해서 음반 전체의 사운드 퀄러티를 균질하게 맞춘거라면 납득할만 합니다(Billy Jean의 첫 마스터링 음원하고 This is it의 첫 마스터링 음원의 사운드 퀄러티가 아무런 작업없이 비슷할 수는 없는거니까요). 마찬가지로 This is it 두가지 곡의 스트리밍 금지도 그렇다 칩시다.
그런데, 왜 벅스 캐시만 사용할 수 있도록, 즉 MP3 다운로드 상품을 구매한 사람이 40개 혹은 150개씩 지급받는 쿠폰의 사용을 권리자가 무슨 얼어죽을 권리랍시고 막는지 모르겠습니다. 쿠폰으로 구매하면 벅스가 권리자인 소니한테 대금 지급을 안합니까? 아니면 쿠폰으로 샀으니까 그걸 전부 일할 계산해서 쿠폰 가격의 몇퍼센트만 지급이 되는 건가요? 제가 아는 한도내에서는 그런게 아닌 것 같은데? 빌어쳐먹을 소니가 무슨 권리로?
혹여 벅스만 그런가 싶었더니 다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이게 곡당 600원씩 현금으로 지급해야하니까 이 음반의 총 트랙수인 20곡을 곱하면 12,000원. CD로 사면 YES24 기준 24페이지 화보 및 영화 국내 개봉 포스터가 첨부된 디럭스 에디션이 14,700원 되겠습니다. 주간잡지 1천원짜리 하나 사면 15,700원에 배송비로 무료. 이것저것 다 없는 MP3가 음반에 비해 겨우 2,700원 싸다는거지요? 이건 뭐 병신도 아니고, 음반 사라는거죠?
그리고 그렇다 치겠다고 했던 앨범 단위 구매. iTunes(iTunes Link)에 혹시나 해서 봤더니 이렇습니다. 동일한 음반입니다.
iTunes Store US에서 파는 같은 음반에 걸린 제약 사항은 This is it 음원의 “앨범 단위 구매시에만 구매 가능” 옵션 하나 밖에 없습니다. 곡당 구매 가능하며, 1곡당 비용이 한국보다 다소 비싸긴 하지만 그건 두 나라간 물가 차이 및 시장 규모의 차이라고 해두죠. 게다가 iTunes Store 는 전통적으로 앨범 단위 구매시 할인 혜택을 주고 있는데, 이 앨범도 1곡 당 1.29$ * 18곡 = 22.22$ 이라는 가격이 나오지만 앨범 단위로 한꺼번에 구매시 13.99$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디지털 부클릿과 예의 This is it 2개 버전 음원까지 넣어주지요. 앱흘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럴꺼면 차라리 한국에 iTunes Store가 런칭되어서 싹 쓸어버렸으면 좋겠습니다.
완전 비교되어서 갑자기 짜증이 확 치밀어 오릅니다. 그냥 CD나 살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