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하루종일 이올린을 들락날락했던 한 블로그가 있었습니다.
거의 매시간 단위로 단 하나의 포스트를 갱신하면서, 특정 동영상 재생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블로그였습니다(현재는 이올린에서 검색이 되지 않는군요).
보통 이런 식으로 특정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블로그나 기타 다른 수단이 나타나는 까닭은 대부분 추천인 제도 때문입니다. 보통의 배너에 파라미터로 추천인 아이디를 박아넣어서, 해당 배너를 클릭해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사이트로 가거나, 아님 프로그램을 다운로드받게 되면 누적 추천인수를 계산하여 보상, 즉 리워드를 지급하는 방법이지요.
이러한 추천인 제도는 추천을 받기 원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보다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홍보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견인차 역할을 함과 동시에, 그런 배너의 홍수 속에 파묻혀야하는 사용자들로 하여금 동시에 짜증을 유발하게 하는 역효과를 가지고 있는, 어찌 보면 양날의 검이라고도 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전 개인적으로 추천인 제도를 그다지 좋아하진 않습니다. 물론 제가 다니는 회사의 서비스 중에서도 그런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도 있는터라 제 얼굴에 침뱉기가 될런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극히 지양해야할 방법 중 하나라고 봅니다. 해당 프로그램 제작사나 서비스 회사에서 단기간내 많은 추천으로 인해 수익을 올리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는 어뷰저를 제대로 차단할 의지가 없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제 하루 이올린을 들락거렸던 그 블로그에 대해서는, 제작사에서 어떠한 조치를 취했는지 모르겠습니다. 현재는 보이지 않지만, 모르죠. 사전 필터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 이올린 서비스에 오늘 당장 다시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전 그 동영상 재생 프로그램에 대해서 설치해서 써보기도 전에 부정적인 평가를 내려버렸습니다. 아, 물론 그 동영상 재생 프로그램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 모르고, 그 홍보 블로그에 써있던 얘기처럼 곰탱이 같은 플레이어를 밀어내고 여우 같은 플레이어가 대세를 장악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지금 하는 걸로 봐서는 희망이 없다고 보입니다.
언뜻 한번 훑어본 바로는(At a glance), 다른 동영상 재생 프로그램에 비해 특색이 없어보인다는 것이 첫째고(인터페이스는 곰플레이어와 윈도 미디어 플레이어, 그리고 아드레날린을 적당히 섞어놓은 듯 하더군요. 뭐, 그런 UI 믹싱이야 요즘은 하도 인해서 티도 아니라지만), 블로그 홍보자가 나름 경쟁 상대로 삼은 곰플레이어의 초기 버전과도 많은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 두번째입니다. 곰플레이어가 동영상 재생 프로그램 시장을 사실상 장악한 이유를 나름대로 벤치마킹을 했습니다만, 현시점에서 미투(me-too)전략을 취한다 해서 과연 시장을 파고들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듭니다. Firefox가 IE 일변도의 웹브라우저 시장을 변화시킨 것과 같은 시장 침투는 미투 전략으로 이루어낼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벤치마킹은 한낱 미투 전략을 쓰기 위함이 아닙니다. 상대방을 분석한다는 것은 상대방이 잘하는 것도 분석을 해서 따라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이 못하는 것을 분석해서 그 약점을 파고드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경쟁업체’가 놓치고 있는 것, 그러나 사용자들이, 소비자들이 원하고 있는 것을 제대로 구현, 아니, 구현하기 위한 노력만이라도 하는 모습이 있어야만 진정한 벤치마킹을 했다고 할 수 있겠죠.
곰플레이어가 사미, 사사미, 아드레날린 등을 누르고 국내 동영상 재생 프로그램 시장을 장악한 것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입니다. 그리고 KMP가 그 와중에서도 완전히 밀리지 않고 나름대로 2인자 자리를 차지하는 것에도 이유가 있는 겁니다.
당장 시장내 유효 경쟁자로 올라서길 원했다면 곰이 아니라 KMP를 타겟으로 했어야했습니다. 그러나, 프로그램 네이밍(곰↔여우), 인터페이스, 제공 기능 등을 봐도 그 동영상 플레이어가 곰 플레이어를 타겟으로 한 것은 자명하고, 곰을 타겟으로 해서 화제를 집중시키거나 경쟁자로 올라서려고 했다면, 아직까지는 역부족입니다. 기능이 아닌, 시장 위치의 한계 때문입니다(혹여 KMP 사용하시는 분들께 이상하게 들리실지 모르겠습니다만 KMP의 기능에 대해서 곰플레이어에 비해 떨어진다는 얘기가 아니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는 미지수인 프로그램이지만, 좋은 결과가 있기를 일단은 바래봅니다. 비록 현재시점에서는 프로그램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라던지, 프로모션 정책이라던지에서 점수를 깎아먹었지만, 뭐 모르죠. 잘 나갈지 누가 알겠습니까.
* 곰 플레이어는 아이콘이 곰발바닥이고 네이밍이 곰이라 해서 곰(Bear)를 뜻하는 게 아님은 아실 겁니다. 정식 명칙은 GOM Player, GOM은 Guruguru Online Movie의 약자로, 합치면 구루구루 온라인 무비 플레이어, 즉 곰플레이어가 됩니다. 곰플레이어를 제작·보급하는 그레텍(http://www.gretech.com)에서 예전에 서비스하던 P2P 서비스, 구루구루의 미디어 플레이어로 처음 출발했습니다.
곰플레이어가 인지도를 확보하고 지금의 위치를 얻기전, 다른 경쟁 프로그램과의 우위에 설 수 있었던 것은, 다운로드가 중단되거나 불완전한 동영상의 재생, 특히 다운로드하면서 동시에 재생이 가능한 기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요즘이야 당연스럽게 기본탑재되는 기능이죠). P2P 서비스 특성상 전송이 중간에 중단되거나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탑재한 기능인데, 덕분에 곰플레이어는 딱히 추천인 제도식의 홍보 프로세스를 가동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출시 당시 제가 아는 분이 그레텍에 근무하셨는데(지금도 계신지는 모르겠습니다만아직 근무하고 계시는군요^^), 그 기능에 대해서 30분이 넘는 설명을 들었던 기억이 있네요. 🙂
저도 곰을 즐겨씁니다. 어떤 사람에게 곰을 이야기하니 침을 튀기면서 흥분하면서 KMP가 훨씬 낫다고 웅변합니다.
.. 제말은 widelake님처럼, KMP가 못하다는 말이 아닌데도 말입니다. ^.^ (땀 뻘뻘..)
저도 KMP가 못하다는 얘기를 하는게 아닌데 오해하시는 분들이 간혹 계셔서요. ^^;
저는 KMP가 조아요.
전 미플이 좋아요(응?)
kmp가 당연 좋음. 누드 스킨으로 영상만 딱 보고 ….곰은 광고지옥…아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