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이 법제화가 상당히 늦었다는 것에 있습니다. 법에서 규정하고 있지 않더라도 이미 대부분의 메일 서비스에서는 옵트인을 적용하지 않은 메일에 대해서는 스팸으로 처리하고 있으며, 보내는 쪽에서도 합법적으로 메일 마케팅을 하는 곳에서는 거의 대부분 옵트인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법이 개정됨으로써, 전자우편 주소를 수집하여 무작위로 영리성 메일을 보내는 행위는 완전히 금지되며(전자우편 주소의 수집시 반드시 메일 수신 동의 여부를 확인해야합니다), 따라서 동의 의사를 획득하지 아니하고 전자우편을 보내는 행위도 처벌이 됩니다(이전에는 전자우편을 무작위로 수집하여 사전 동의 없이 영리성 메일을 보내는 경우 전자우편의 무작위 수집에 대해서만 처벌되었습니다). 이미 하고 있었던 것들을 법제화하여 명확한 처벌 규정으로 규제하는 것에 대해서는 의의를 둘 수 있습니다. 스패머가 ‘법대로 하라’라면서 배짱 튕기면 과태료나 매기고 끝내야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으니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관련 법령을 다루시는 분들의 문제점 인식의 수준이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합니다. 최근의 김하나 관련 판결을 비롯하여, 몇년동안 업계에서 줄기차게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서야 개정안이 겨우 제출된 메일 옵트인 제도(그나마도 명시적으로 명확하게 정의한 것이 아니라 에둘려쳐놨으니 이거 또 구멍이 보입니다. 후우) 등 사법기관과 입법기관 구성원들의, 이쪽 업계에 대한 인식의 수준은 너무나 현실과 동떨어져 한숨이 나올 정도입니다.
외국의 경우 이미 2003년 1월에 발의되어 2004년 1월에 발효된 미국의 CAN-SPAM ACT 등 스팸에 대처하는 개별 법령이 이미 존재하고 있으나, 한국에서는 ‘정보통신망법’의 일부 항목으로만 다루고 있는 등 적극적으로 능동적인 대처가 어렵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이번 개정안을 발의한 의원님께 기대하는 건 현행 정보통신망법의 스팸관련 법령을 분리하여 전문 법령을 따로 만들되, 적어도 미국의 CAN-SPAM ACT 수준으로 처벌 대상 행위를 확대해야한다고 봅니다. 늦었지만, 늦은만큼 실효성이 있는 법령이 되길 기대합니다.
* CAN-SPAM은 ‘Controlling the Assault of Non-Solicited Pornography and Marketing’의 약자로, “동의받지 않은 포르노그래피와 마케팅 행위로 인한 피해의 통제”라는 뜻입니다. SPAM이라는 약자가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스팸”이 아니란 얘기인데, 약자를 잘도 끼어 맞춰놨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