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만 소중하고 개인정보는 쓰레기로 뵈나

영화.음악 불법 유포자 정보공개 의무화 추진 [연합뉴스 2007-04-10 16:16]


국회 문화관광위 소속 한나라당 정종복(鄭鍾福) 의원은 10일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는 사람이 온라인 서비스 업체에 권리 침해자의 개인정보를 요구할 때 반드시 제공토록 하는 내용의 ‘저작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불법 복제나 전송 등으로 자신의 저작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문화관광부 산하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관련 네티즌의 개인정보 공개를 요청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온라인 서비스 업체는 당사자에게 통보한 뒤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아주 보자보자하니까 막 나가시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작권 보호를 위해 개인정보는 보호될 수 없다라는 논리군요. 개인정보 보호 문제는 정보 인권 문제로 연결되고, 이는 곧 개인의 인격권 보호 문제로 이어지는데, 지금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문제로(로그기록 12개월 의무 보관 등등) 시끌시끌한 마당에, 그 얄량한 저작권 나부랭이의 보호를 빌미삼아 남의 개인정보를 마구 파헤치시겠다?! 저번 포스트에서도 말했지만, 다시 한번 말합니다. 저작권 침해 행위가 과연 “국민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하는” 권리를 제한할 수 있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해당합니까?

저작권은 법적 보호를 받은 하나의 권리임에는 분명하지만, 그것이 과연 한 개인의 개인정보를 공개하는 근거가 될 수 있을런지에는 물음표 백만개쯤 붙여드리겠습니다. 미성년자 성범죄 같은 반인륜적 범죄도 아니고, 재산권의 하위 범주에 속하는 저작권 침해 행위에 대해,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타인의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 의원님, 개념 좀 옥션질 해드릴까요? 얼마면 됩니까?

잔소리 들을까봐서 한 말씀 덧붙이셨더군요.

그러나 정당한 권리 없이 개인정보 공개를 요구하거나 이를 다른 목적으로 이용할 경우에는 이로 인한 손해를 배상토록 해 남용을 막도록 했다.

자, 그러면 정당한 권리가 없거나, 다른 용도로의 이용 사실에 대한 증빙은 누가 해야합니까? 결국은 자신의 개인 정보를 제공당한 사람이 해야하겠죠? 개인 정보가 제공되고, 제공당한 사람이 그 사실을 인지한 다음, 제공을 요구한 측에게 정당한 권리가 없거나 요구한 측에서 제공받은 정보를 다른 목적으로 사용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손해 배상 청구를 해서 재판을 거쳐 실질적으로 손해 배상을 받는다면, 과연 그 기간이 얼마나 짧을까요? 정신병자 같은 색히가 말도 안되는 근거로 명예훼손 소송을 걸더라도 검찰에서 소의 기각을 하는데만 최소 3~4개월이 걸리는 마당에(그것도 별도의 피고소인 탐색이 필요없다는 전제하에. 그리고 피고소인은 자신에게 죄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오만가지 고생 및 시간과 비용의 낭비를 해야하고), 위와 같은 절차를 다 진행하는데 최소 8~9개월 이상이 걸릴 것이라는 건 불보듯 뻔한 일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그 기간 지나서 손해 배상 몇푼 받았다 하더라도, 벌써 공개된 개인 정보를 그깟 손해 배상금 몇푼으로 무마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이렇게 개인정보를 수사기관의 요청 없이 마구 저작권자에게 제공한다면, 첫째 그 제공받은 정보의 보호는 누가 할 것이고(설마 저작권자들이 그 정보를 100% 완벽하게 보호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둘째 민사소송의 남발로 인한 사회적 비용의 낭비는 누가 감당할 것이며(ㅆㅂ 이 대목은 생각할 수록 열받네. ‘형사 소송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라면서 열라 아량을 베푸는 척 하시는데, 민사나 형사나, 소송 당하기는 마찬가지고, 벌금이나 손해 배상이나 돈 나가는 사실은 똑같고, 내가 그렇게 걸리면 차라리 국고에 벌금을 내고 말겠수다. 변호사들이 요즘 돈 안 벌린다고 로비라도 합디까? 그리고 저작권 침해 문제로 형사 소송에서 피고 패소 판결나서 빨간 줄 간 경우가 얼마나 될 것이며, 솔직히 저작권자들이 형사 소송 거는 목적은 금전적 보상 – 그것도 불투명한 근거를 가지고 산정한 추정금액 – 을 기반으로 한 합의 도출이 가장 첫째 아니였던가요?), 셋째 저작권자들이 그 개인정보 가지고 딴짓할지 안할지 누가 감시합니까? (아니 일단 딴짓거리 해놓고 실제 피해가 발생했는데 그 이후 손해 배상 청구 몇개월 몇년씩 해서 몇푼 손에 쥐면 뭐하냐구요!)

한미FTA 협정 결과에 따른 후속 조치라고 하는데, 아놔 증말, 뭐 이리 무개념들이 여의도에서 판치나 모르겠네요(하루이틀일도 아니지만). 개인정보 유출이다 뭐다 해서 행자부에서 클린 캠페인하고, 개인정보 보호법/위치정보 보호법 제정하거나 개정한다고 난리를 치는 판에, 그깟 얄랑한 저작권 때문에 민간인에게 한 개인의 인격권을 침해할 수 있는 권리를 주겠다? 황당하고 어이가 없네. 지금도 일반 범죄사실, 예를 들어 슈퍼마켓에서 뭐 훔친 거 같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절도죄 따위로 통신자료 혹은 로그기록 같은 걸 제공 요청 하는 수사관서가 있는 마당에(거짓말 같죠? 사실입니다), 저작권법 개정되면, 인터넷 업체는 저따위 개념없는 개정안 때문에 노가다나 더 하라는 겁니까? 아놔 혈압올라.

14 댓글

  1. 미국은 자국민의 안전을 위해 최대한 보호하려고 하는데, 국내에서는 최대한 퍼줄려고 하는군요.

  2. 제 상식으로 잘 이해가 가지 않아서 물어볼게요~

    자신의 저작권을 침해한 자에대해 어떤놈이 내 저작권을 침해했는데 알아야

    법적 대응이 가능하지 않나요?

    누군지도 모르는 사이버 공간에서 다른 대응 방법이 있는지요..

    진짜 궁금하네요

    1. 추정근거로도 얼마든지 소장을 접수할 수 있고(추정을 근거로 실제 침해자를 가려내는 일은 경찰에서 담당합니다. 수사기관은 허수아비로 세워둔게 아니고, 당연히 누군지 알아내는 것은 수사기관의 일입니다), 저작권자가 직접 개인정보를 가지고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소를 제기하기보다는 개별 연락해서 ‘고소할까 합의금 낼래’라고 합의 요구를 하는게 거의 대부분일껄요? 지금은 그걸 하려면 수사기관을 거쳐서 형사 소송을 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개정안대로 시행한다면 수사기관도 안 거치고 바로 민사 소송을 빌미로 합의 요구를 하겠다는 거나 다름없습니다.

      수사 기관을 거치는 정당한 요구라면 회사쪽에서 응하지 않을 명분이 없습니다. 분명 범죄수사 목적으로 개인의 인격권을 일정 부분 제한할 수 있다는 조항이 헌법에 명시되어있으니까요. 그러나 민간기업 혹은 자연인이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타인의 개인정보의 제공을 강요하는 행위, 즉 인격권을 침해하거나 제한하는 행위를 직접적으로 한다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미FTA 지적재산권 분과의 협정 내용이나, 이번 개정안에 대해서 지극히 비판적인 입장에 서는 것은 그때문입니다.

  3. 저런곳에 쓸 머리 있으면 딴데다가 써야죠..
    하긴 머 국회라는 곳에 멀 더 바라겠습니까 -_-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곳인데..

  4. 에휴..이런일이 어제오늘일도 아니고…
    우리 나라 개인정보는 옛날부터 공공의 정보였죠
    이사하려고 인터넷상으로 견적한번 뽑아도 민번을 요구하니…

    1. 개인정보가 무슨 행주도 아니고..

      아무데서나 아무렇지도 않게 요구하는게 거참, 재밌는 세상인거죠. –;

  5. 곧 인터넷 실명제로 전환하지 않나요?
    그렇다면.. 저 위에 이야기가 실현될 가능성이 더 많은 것 같은데 ;;
    어쨋든 돈이 최고인 우리나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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