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SK, ‘윤길현 사태’ 관련 공식 사과 [노컷뉴스 | 2008-06-18]
6월 15일, 인천문학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SK 와이번스의 경기 중 벌어졌던, 속칭 ‘윤길현 사태’.
이에 관련하여 당일과 익일인 16일에 걸쳐 SK 윤길현 선수가 당사자였던 KIA 최경환 선수와 이종범 선수에게 전화해 사과하고, 또 주장격인 김원형 선수도 별도로 사과의 뜻을 전달했음에도, 문제가 사그러들 조짐이 보이지 않자 SK 구단은 어제 윤길현 선수를 선발 엔트리에서 제외하였으며, 결국 오늘 1군 엔트리에서도 제외하여 2군으로 내려보냄과 동시에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였습니다.
6월 15일(일) KIA타이거즈와의 홈경기에서 발생한 윤길현 선수의 불미스러운 행동에 대한 SK와이번스의 입장은 아래와 같습니다.
이유를 막론하고 경기장 내에서 페어플레이 정신에 입각해야 할 프로야구 선수로서 적절치 못한 행동을 한 것에 대해서는 윤길현 선수가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습니다. 이에 구단과 선수단이 협의해 윤길현 선수가 조금 더 깊은 반성과 자숙을 하라는 의미에서 6월 18일자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습니다.
우리 SK 선수단 및 구단은 이번 일을 가슴 속 깊이 교훈으로 삼아 야구를 사랑하는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하겠습니다. 치열한 승부의 현장이지만, 상대방에 대한 매너를 항상 가슴 속에 품고 깨끗한 플레이로 경기에 임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비 시즌 기간 동안 야구장에서 선수로서 지켜야 할 예절 및 에티켓에 대한 별도 교육을 강화해 야구팬 여러분의 사랑에 보답하려고 합니다.
다시 한 번 이번 일로 인해 많은 야구관계자 및 야구팬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이를 계기로 한 단계 더 성숙한 프로야구단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SK 구단의 이 대응은, 안한 것보다는 낫겠지만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동안 눈쌀을 찌뿌리게 했던 장면들이 유독 SK와 경기에서 많이 나왔다는 것을 생각해보면(SK 팬들이야 우리가 피해자라고 항변하실 수 있습니다. 인정합니다), 결국 15일부터 지금 이시간까지 사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윤길현 사태’는 그동안 쌓인 앙금들이 한꺼번에 터져나온 것이기 때문입니다.
가깝게는 4월에 있었던 SK:두산+LG 감독 간에 벌어졌던, SK의 2루 베이스 커버 플레이 당시의 문제점으로 인한 갈등, 멀리로는 작년 한국시리즈 SK:두산 간 감정 다툼 등 “SK 팬들에게는 억울할 수도 있는” 사태의 중심에는 항상 SK가 있었습니다. 이를 단순히 “1위 독주팀에 대한 질투심·악감정”으로만 치부하기에는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과거 80년대~90년대 중반 기간 중의 절대 강호, 해태 타이거즈를 대하던 태도도 이 정도 수준은 아니였습니다. 물론 그때와 지금을 1:1로 놓고 비교하기에는 뭣하지만요.
‘윤길현 사태’가 SK 쪽의 예상과는 달리 들불처럼 번져나간 것은, 팀, 나이, 학연을 제하더라도, 해서는 안될 행동을 했기 때문입니다. 4월의 2루 베이스 커버 플레이 때와는 경우가 다릅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그 행위도 엄밀히 말해서 동업자로써 해서는 안된다는 입장(포수도 아니고, 홈 쇄도하는 상황도 아닌데 베이스 자체를 막아서 주자의 경로 자체를 차단하는 행위는 주루 방해를 줘도 할말없다 봅니다. 그리고 그런 행위로 인해 주자가 부상이라도 당했다면 당장 다음 공격때 빈볼이 날아들 수도 있구요)입니다만, 일단은 경기가 진행중인 In-play 상황이니까요.
빈볼, 아니, 뭐 좋게 말해 위협구라고 하지요, 위협구를 던질 수도 있습니다. SK의 레이번 투수가 좋아하는 그라운드의 암묵적인 룰, 소위 말하는 코드를 위배했다면 위협구 좀 던질 수도 잇는 겁니다(물론 아주 깔끔하게 제구도 잘된 상태에서 헤드샷을 날리는 건 코드의 위반이지요). 어떤 분들은 “위협구 좀 던질 수도 있는 거지 너무 몰아세우는거 아니냐”라고 항변하시는 것 같던데, 다 좋습니다만, 이번 사태의 중심은 위협구가 아닙니다. 투구 후 최경환 선수가 ‘너무 하는 것 아니냐’ 식으로 윤길현 선수를 쳐다봤을 때, 도발했던 윤길현 선수의 그 행동이 문제가 된 겁니다.
그라운드의 암묵적인 룰을 위반했거나 했을 때 적잖게 빈볼을 주고 받다 못해 난투극도 심심찮게 벌이는 MLB에서도, 투수가 그런 위협구를 던지고 나서 타자에게 도전적인 시선을 던지거나, 심지어 시비를 거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알아주는 앙숙이었던 마이크 피아자와 로저 클레멘스의 사이는 예외로 하지요). 시선을 피하거나, 손을 들어주거나 모자를 살짝 벗어주거나 하는 경우도 적다고 할 순 없고, 대부분 아예 무대응하지요. 윤길현 선수처럼 “퉤 뭐 뭐” 이런 식의 도발은, 위에 얘기했던 피아자와 클레멘스 정도의 앙숙이 아닌 이상 결코 흔하지 않습니다. FA나 트레이드 등을 통해 한 솥밥을 먹을 수도 있는 동료니까요(물론 그들도 사람이니 열받으면 완전 돌아버려 K-1을 연출하는 경우도 적지는 않습니다만).
더군다나 선수층이 얇아 한시즌 뛰고 나면 거의 모든 선수들이 최소한 두번 이상 얼굴 마주치는 한국 프로야구에서라면 더더욱 말할 것도 없습니다. 승부에는 나이도 선후배도 없다지만, 적어도 매너는 있어야하지 않겠습니까? 안그래도 SK외의 7개 구단 팬들은 SK가 영 안 좋은 상태였는데, 윤길현 선수의 그 행동들로 인해 그것이 한꺼번에 확 터져버린 겁니다. 그리고 그 행동들도 인해 지금까지 SK와의 트러블이 모두 설명되어버린, 즉 “기본적인 매너가 없으니 지금까지 그래왔구만”이라는 낙인이 찍혀버린 결과가 나타나게 된 것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SK 구단은 “지나가면 괜찮아지겠지”라는 식의 안이한 현실 인식 때문에 그랬는지 몰라도, 오늘 이전까지, 윤길현 선수에게 사과하게 하고, 김성근 감독이 질책했다는 정도의 대응에 그쳤습니다. 항의가 빗발치던 구단 홈페이지가 다운되고, 한국야구위원회 게시판, 각종 뉴스 댓글 등에도 엄청난 항의가 접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아마 15일 이후부터 SK 구단 사무실의 전화들도 불이 났을 겁니다). 결국 어제 잠실경기에서까지 플랜카드 게시, 구단 버스 앞 시위 등 팬들의 항의가 오프라인에서도 볼 수 있도록 실체화된 것을 실감하고서야, 부랴부랴 윤길현 선수 2군행, 공식 사과문 발표 등 뒤늦은 대응을 시작한 것이지요. 애꿎은 프런트만 어물어물 하다가 온갖 고생을 다하는 겁니다.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긴 했습니다만, 앞으로의 SK가 바뀌어야만 등에 떠밀린 사과문이라도 빛을 발할 수 있을 겁니다. 여전히 경기 중 플레이로 인한 트러블이 속출하고, 감정 싸움이 나타난다면 이번 사과문의 진정성은 크게 훼손될 뿐더러, 그때야말로 SK는 나머지 7개 구단의 공적(公敵)으로 거듭나는 최악의 결과로 번질 겁니다. 앞으로의 SK는 더욱 주목받을 것이고, 수많은 눈들이 지켜보고 있을 겁니다. 스스로 다짐했던 것을 지켜내는 SK가 되길 바랍니다. 사실 별로 기대는 안되지만요. ⓣ
* SK 레이번 선수는 어디서 코드를 배웠는지 모르겠습니다만, 크게 뒤지고 있는 팀에서, 상대팀 선수의 평균 자책점 관리를 위해 도루를 하지 말아야한다는 코드는 어느 나라 코드인지 당췌 알 수가 없군요. 퍼펙트 게임이라도 하고 계셨는지? 노히트 노런? 아니면 최소한 완봉? 전 사실 윤길현 선수의 행위보다 레이번 선수가 최경환 선수에게 ‘무관심 도루하지 말라’는 식의 언사(물론 알아듣겠냐 싶어 지껄인 것이겠지만, 상대는 불행히도 마이너리그에서 햄버거 씹으면서 10년 뛴 최경환 선수였다는거)를 했다는 게 더 어처구니 없더군요.
잘 읽었습니다.
딱 필요한 부분을 지적해서 시원하게 써주셨네요.
뭐 관심도 없어서 잘 보지도 않습니다만…
이번 일을 이정도에서 어떻게든 마무리 해보려는 SK와 KBO의 태도,
이게 팬들을 더욱 떠나게 만드는거 같습니다.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급기야 오늘 사장과 김성근 감독이 다시 공식 사과하고, 김성근 감독은 결장까지 하셨네요. 두산만 괜히 민망하게 됐군요. 쩝…
SK든 KBO(도대체 얘네는 왜 있는건지…)든 좀 깔끔하게 업무 정리가 안되는건지.. 갑갑하더군요.
저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반SK의 입장에서 팬이 되기로 했습니다.
예전 주루플레이시 보여준 개근우도 그랬고 SK야구 왜이러는지 모르겠어요 헐…
SK가 앞으로 변하지 않는다면 이런 일은 또 벌어질 수 밖에 없겠죠. 그러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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