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대 국회에서 제정된 법률 중 무척이나 간단한 법이 하나 있습니다.
2007년 1월 26일에 제정되었고, 부칙에 따라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2007년 7월 27일 대한민국국기법 시행령(대통령령)이 공포됨과 동시에 시행되었습니다. 그리고 7월 27일부 기존 국기에 대한 규정을 담고 있던 “대한민국 국기에 관한 규정”이 폐지되면서 기존 대통령령에 불과했던 대한민국 국기 – 태극기에 대한 규정의 지위가 법령으로써 승격되었지요.
처벌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 법률이긴 합니다만, 엄연히 법을 집행하는 사법기관인 경찰이라면 일반 시민들보다 법령을 준수해야할, 보다 엄격한 의무가 있습니다(국가공무원이니 당연하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어청수 청장의 지시로, 대한민국 경찰은 자신들이 준수해야할 대한민국국기법까지 어겨가면서 명박산성을 한나절도 안되서 축성(築城)하였더군요.
경찰이 대한민국국기법의 어떤 조항을 어겼을까요.
국기를 게양(…)하는 컨테이너 표면에 반고체 윤활유의 일종인 그리스(grease), 속칭 구리스를 쳐바르셔서 기어오름 방지, 그래피티낙서 방지, 게시물 부착 금지 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노리셨습니다. 그러나 경찰이 과연 그 정도까지 생각은 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이 구리스라는 녀석이 천에는 기가 막히게 묻거든요. 지워지지도 않아요. -_-; 이름이야 어째 되었던 일단은 기름이니 말이죠.
제10조(국기의 관리 등) ①국기를 게양하는 기관 또는 단체의 장 등은 국기의 존엄성이 훼손되지 아니하도록 국기·깃봉 및 깃대 등을 관리하여야 한다.
제11조 (국기 또는 국기문양의 활용 및 제한) ①국기 또는 국기문양(태극과 4괘)은 각종 물품과 의식(의식) 등에 활용할 수 있다. 다만,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깃면에 구멍을 내거나 절단하는 등 훼손하여 사용하는 경우
2. 국민에게 혐오감을 주는 방법으로 활용하는 경우
소위 국가공무원이라는 자들이, 치졸하게 명박산성을 쌓다 못해, 구리스까지 쳐바른 다음, 비열하게도 국기를 내걸어서 시민들의 양식(良識)을 이용하겠다는 겁니까? 오늘 낮 내내 온갖 항의와 조롱을 받아서 그런지 결국 떼어내었다고는 하는데, 푸른기와집에 사시는 분 잘 모시겠다고 컨테이너로 성 쌓고 국기까지 바리케이트용으로 이용하고. 정줄 놔도 정도가 있는 법이지, 쩜 심하네?
발목이 돌아간 관계로 오늘 현장에는 가지 못했지만, 비겁하게나마, 여기에서라도 응원하겠습니다. 제 지인, 선배, 친구, 후배들을 포함한 참석하신 모든 분들, 힘내세요. 일단 무개념 경찰청장은 집으로 쫓아내고 봐야죠. ⓣ
이래 저래 밉상인 짓은 많이 했어도 경찰청장 역시 대통령의 희생양이 아닐까 했던 생각이 싹 달아났습니다.
가연성도 강한데 촛불집회 도중 실수로 화제라도 났다가는 어찌 수습하려고.. 아얘 화제가 나기를 바라고 컨테이너를 2단으로 쌓은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후우 도대체 그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전 이번에는 나가보지 못했는데..
정말 많은 분들이 나오신 것 같던데
그래도 나름 무사히(?) 잘 진행된 것 같아 다행이네요.
그러게요, 사고없이 잘 진행되었다니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