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미우리 자이언츠(일본 내에서는 巨人軍으로 주로 부르지요)는 1934년 일본 야구사상 첫 직업야구팀으로 발족된, 올해로 72년의 긴 역사를 가진 명실상부한 일본 프로야구의 대표 구단이고, 한신 타이거즈도 1935년 창설되어 71년째를 맞고 있는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마치 MLB의 뉴욕 양키즈, 그리고 보스턴 레드삭스의 극한 라이벌전과 같은 느낌을 주고, 실제로도 비슷한 관계입니다(한국 프로야구는 역사가 길질 않아서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겠습니다만, 기아 타이거즈-LG 트윈스 정도 되겠네요).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홈구장은 도쿄의 도쿄돔, 한신 타이거즈의 홈구장은 오오사카에 위치한, 그 유명한 코시엔, 일명 갑자원입니다(덕분에 갑자원에서 전국고교야구선수권이 열리는 기간에 한신은 코시엔에서 홈경기를 못합니다. -_-).
만화에 이런 내용이 나올 정도입니다. -_-
그만큼 이 양팀의 맞대결은 일본 야구팬들의 관심을 부르게 되고, 심지어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럴 정도입니다. 그리고 바로 오늘, 이 두 팀의 13차전이 도쿄돔에서 벌어졌습니다. 이전 3연전까지 우천연기된 2경기를 제외하고 5승 5패. 호각지세라는 건 이럴 때 쓰는 말이죠.
요미우리로써는 7월 4일부터 14일까지 내리 당한 8연패를 간신히 끊는가 했더니 7월 28일부터 30일까지 주니치 드래곤즈한테 내리 3연패를 또 당해, 센트럴리그 꼴찌 요코하마 베이스타즈한테 겨우 반경기차로 5위를 유지하고 있고, 선두 주니치 드래곤즈와는 18경기차로 사실상 2006 포스트시즌 진출은 포기한 상태입니다. 반면 한신은 6경기차로 2위를 달리고 있지요. 같은 명문 구단끼리라도 각자 처해있는 상황은 극과 극인겁니다.
하지만 현재의 처지와는 관계없이, 설령 요미우리가 시즌을 포기했다 하더라도 라이벌 전을 지고 싶지는 않겠지요. 자기가 못 되더라도 적어도 한신이 포스트시즌 나가는 꼴은 배아파서 못 보는게 인지상정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이번 3연전은 더더욱 흥미있었습니다.
그러나 요즘 요미우리는 타격도 투수진도 완전 무기력상태. 오늘 1회에 모처럼 이승엽 선수가 풀카운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32호 투런홈런을 터뜨려 2-0으로 앞서나갔음에도 불구하고 투수진은 다시 동점을 만들어줬습니다. 거참, 보는 사람 답답하데요. 투수진이 모처럼 잘 던지면 타선이 물방망이고, 타선이 좀 살아나는가 싶으면 투수진이 쉴새없이 얻어터지고. 더군다가 최악은 타선이 불방망이+투수진 맹폭이 겹치는 날이 더 많다는 것입니다. 안되는 팀의 전형적인 패턴이지요.
여튼 겨우겨우 한신 타선을 2점으로 막고, 9회에 들어섰습니다. 2사 1루. 이승엽은 1회 홈런 이후 두 타석에서 범타로 물러났고, 2-2 팽팽한 상황, 한신의 투수는 좌투수(이승엽이 좌투수한테는 강하지만서도 속설이이나 감독들의 신념은 좌투수한테는 좌타자가 약하다는 것이죠) 그리고 라이벌전. 각본은 갖추어졌고, 그리고 요미우리에게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시나리오였던지, 이승엽은 극적인 역전 투런 끝내기(Walk-off) 홈런을 날려 경기를 끝냅니다.
오늘 홈런 두방은 그동안 영양사들이 주창했던 “이승엽은 영양가가 없다”는 말을 한방에 씻어줬습니다. 아니 사실 영양가를 따지기 전에, 앞 타자들이 나가줘야 투런을 치던 쓰리런을 치던 할 것 아닙니까. 거참 안티를 하더라도 그렇게 기본 전제조건부터 성립이 되어야 하던 할 것이지, 앞에 주자 한명도 없는데 제아무리 도쿄돔 지붕을 뚫더라도 점수는 한점 밖에 더 납니까. 그렇게 MLB에서 내놓으라 하는 타자들도 득점권 타율 3할 치기가 쉽지 않은데 말이죠. 이승엽 선수는 7/26까지 득점권 타율 .316을 찍었습니다. 되려 홈런을 오늘까지 33개나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타점은 70개 밖에 기록하지 못했다는 건 그만큼 앞에 주자가 나가주질 못했다는 얘기 밖에 안됩니다.
여튼 오늘 이승엽, 아들 생일 전에 미리 한·일 통산 400호 홈런(사실 그렇게 따지는 건 그닥 무의미하다고는 생각하지만서도, 쨌든) 기록했고, 자기 등번호와 같은 33호 홈런을 최대 라이벌 한신전에서 끝내기 홈런으로 기록했고, 이래저래 최고의 날입니다.
물론 저도, 한국시간으로 오늘 오전, 보스턴 레드삭스가 9회말 6-8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데이빗 오티즈의 끝내기 3점 홈런으로(이 양반 지금까지 친 끝내기 홈런 13개 중 12개를 보스턴 와서 쳤습니다 ㄷㄷ, 그리고 오티즈도 오늘 홈런 2개 ㅎㅎ)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게 역전승을 거둬서 기분이 상콤했는데, 이승엽 선수까지 비슷하게 해줘서 기분이 무척 좋습니다. 🙂 기아가 오늘 두산한테 져서 조금 아쉽긴 합니다만. 흑.
올시즌 타팀에 비해 한신전 성적이 좋지 않던 이승엽 선수였는데, 한신상대로 뽑아낸 네개의 홈런중 세개가 에이스 이가와선수 상대라는게 주목할만 하죠. 그리고 홈런 네개중 두개가 끝내기라는 점또한 요미우리 vs 한신 이라는 대결에 걸맞는 나이스 플레이 라고 생각합니다.
이래저래 의미가 깊은 홈런 2개였네요. 🙂
앗, 그리고 누구신가 했습니다. -_-;;
연구소의 디비님이셨군요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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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아….
저역시 누구신지 모르고 있었는데 너른호수님 이셨군요.
이런 의외의 상황이;;;
세상 참 좁네요 하하 -ㅁ-;;;;;;;
이가와가 저날 홈페이지에 경기 소감에서 “1회 홈런맞은거 빼고 2회부터 8회까지 1피안타로 자기의 공격적인 피칭이 잘 되어가는거 같아서 이승엽에게도 똑같이 승부하자고 마음먹고 직구를 꽂았는데 맞았다”고 하더군요. 꿋꿋하게 자기 소신껏 승부한 이가와 선수나, 기회를 놓치지 않은 이승엽 선수나 모두 존경스럽습니다.. ^^;;
그게 리그의 수준차겠죠.
맞더라도 정면으로, 후회없이 승부하는 것…
그게 한국 프로야구와 NPB/MLB 사이의 수준을 결정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포스팅 둘러보다가 또 .. 반가워서..
저 저만화 좋아합니다! ㅋ (경死청 24시도 좋아해요..)
음, 뜬금없는 소리죠? 사실 야구는 하나도 몰라요 ㅠ_